아이폰, 아이패드를 만든 애플이 국가마다 한 개 사업자에게만 제품을 제공하는 독점 공급 원칙을 깨뜨렸다. 미국에서 복수의 사업자에게 태블릿PC인 아이패드를 공급한 것.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아이폰, 아이패드 공급이 KT 뿐 아니라 경쟁사인 SK텔레콤으로 확대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CNN머니 인터넷판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이 미국 1위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존에 아이패드를 공급하고, 버라이존은 28일부터 미국내 2,000여개 대리점에서 아이패드를 판매한다. 그동안 애플은 미국에서 2위 이통업체인 AT&T에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공급했으나 이번에 독점 공급 체제를 깨뜨렸다. 이번 애플의 결정은 단순한 공급선 확대를 떠나서 애플의 전략 변화라는 의미있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그동안 애플은 미국 AT&T, 일본 소프트뱅크모바일, 한국 KT 등 각 국가별 1개 업체에만 제품을 공급하는 정책을 유지했다. 물론 러시아처럼 3개 사업자가 아이폰을 판매하는 곳도 있으나 주요 시장은 애플이 독점 유통 체제를 지켰다.
이처럼 한 개 사업자에게만 제품을 독점 공급하면 애플이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 수 있다. 독점 제공하는 대신 제품 공급가격을 올리거나 현지 판매 가격을 통제하는 식이다. 이 같은 방법은 새로운 사업 분야에 뛰어든 후발 주자가 빠르게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는데 효과적이다. 즉, 시장 진입기에 유효한 전략이다.
하지만 시장을 넓히기에는 한계가 있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판매망이 늘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플의 복수 사업자 공급 방침은 곧 시장 확대를 의미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와 모건스탠리는 애플이 복수 업체에 아이폰을 공급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지금보다 2~3배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공급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KT가 아이폰과 아이패드 공급을 독점하고 있으나 애플의 전략 변경이 확실시되면 SK텔레콤에서도 아이폰, 아이패드를 판매할 수 있다.
SK텔레콤 또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금도 애플과 아이패드 및 아이폰 공급에 대해 접촉하고 있다"며 "시장성 문제 때문에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아이패드를 들여왔을 때 얼마나 팔릴 지 예측불허이기 때문. 하지만 애플 제품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제품 공급은 계속 타진할 방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갤럭시S를 많이 팔아 준 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부담은 없다"며 "애플과 제품 공급 논의는 계속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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