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이 대풍이다. 가는 곳마다 송이 향이 진동한다. 지난해에는 흉년으로 1kg에 100만원 이상을 호가해 구경하기조차 힘이 들었다. 올해는 15만~20만원이면 상품(上品)을 구한다고 한다. 쇠고기와 함께 구워먹는 중ㆍ하품은 5만~10만원쯤 한다. 어머니가 장에 다녀오면서 서창장에도 대운산 송이가 나왔다고 한다.
올핸 소나무가 있는 산이면 어디든 송이가 지천인 모양이다. 송이 하면 도반인 대안 스님이 떠오른다. 스님은 '송이 마니아'다. 그렇다고 송이를 푸짐하게 즐긴다는 분은 아니다. 송이를 아주 얇게 찢어 이쑤시개처럼 만들어 하루 종일 그것 하나를 들고 다니며 송이 향을 즐길 뿐이다.
욕심내어 배불리 먹는 사람이나 스님이나 입안에서 송이 향이 향기롭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송이는 향기가 좋은 버섯이니 그 향기만 즐기면 족하다는 것이다. 여러 해 전 30여명이 동해로 고래 보호 행사를 하러 떠났다가 송이축제를 하는 양양에서 송이 1kg을 샀다. 스님이 잘게 잘게 찢어 놓으니 한 광주리였다.
그것으로 송이라면을 끓였는데 모두가 송이 향에 행복했다. 주말이고 '구월 군두 조금에 사돈네 빚 갚는다'는 중양절(음력 구월 구일)이기도 해서 시인 여럿이 모여 '불시에' 송이파티를 하기로 했다. 송이는 춘양목 소나무로 유명한 봉화군 춘양에서 온다. 집결 장소는 말할 수 없다. 비밀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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