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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두 죽음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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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두 죽음이 남긴 것

입력
2010.10.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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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으레 삶을 돌아보게 하지만 이 가을에 전해진 두 죽음은 더욱 그런 것 같다. 행복전도사로 유명한 최윤희 씨 부부의 동반자살 소식이 사람을 놀래더니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죽음을 두고 시비를 논하는 것은 예의도 아니며 부질없는 짓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침묵으로 조의를 표할 수만은 없는 것은, 두 죽음이 던지는 사회적 의미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한 삶을 이야기하던 최윤희 씨가 동반자살이라는 선택을 한 데 대해 당혹감을 넘어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겉으론 행복을 말하면서 정작 자신은 불행했던 것 아니냐며 그의 삶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살은 불행이고 장수는 행복이라는 식으로 단순화하기 어려운 것이 삶이 아니던가.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은 제 마음을 이해해줄 것"이라는 그의 유서는 불치의 병으로 참기 힘든 고통을 겪으며 죽음을 향해 간 사람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치유의 희망도 없이 죽는 날까지 끔찍한 아픔에 시달려야 하는 사람이 죽음을 앞당기고 싶어 한다 해서 비난할 수 있을까, 오직 통증에 시달리는 것이 삶의 전부라면 그 삶을 삶이라 말할 수 있을까, 죽기 위해서 죽을 만큼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건 고통에 대한 신화화가 아닐까... 그의 죽음이 제기하는 이 모든 질문들은 한국 사회가 터부시해온 죽음, 특히 안락사에 대해 공개적 토론이 필요함을 일깨운다. 이러한 토론은 안락사에 대한 찬반을 넘어서, 웰다잉(well-dying)이 말하는 '좋은 죽음'이란 무엇이며 그런 죽음을 위해 개인과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은 성찰을 이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편,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의 죽음은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삶과 역사적 평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정부는 북한체제의 수호자로 반생을 넘게 살다가 누구보다 격렬한 반대자가 되어 말년을 보낸 그에게 1등급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고 국립 현충원에 안장하였다. 그러나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물론 사회적 논의조차 이루어진 적 없는 상태에서 이런 대우가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훈장 추서와 국립묘지 안장을 결정하면서 그 근거로 "북한의 인권개선과 개혁개방, 민족통일 등에 기여한 공로"를 들었다. 북한 정권을 맹렬히 비판해온 그의 활동이 과연 굶주림에 지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고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 민족통일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일단 접어두자. 그러나 설령 그가 '북한의 인권개선과 민족통일에 기여했다'고 인정한다 해도, 애초에 비민주적인 독재체제를 확립하고 분단을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한 책임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주체사상의 대부로서 세습독재라는 기형적 사회주의체제를 만드는 데 중심 역할을 했으며, 김일성 대학 총장으로, 북한노동당 비서로 활동하면서 그 체제를 수호하고 권력을 누린 사람이다. 더구나 그는 남쪽으로 온 뒤에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기초한 주체사상의 사회정치적 생명관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도 그 역사적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기에 앞서 공로만을 말한다면, 누가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겠으며 그 삶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

두 죽음이 보여주는 것처럼 삶은 죽음으로 이어지고 죽음은 다시 삶을 일깨우니, 섣부른 판단으로 죽음도 삶도 어지럽혀서는 안 될 일이다.

김이경 소설가·독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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