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리프킨 지음ㆍ이경남 옮김
민음사 발행ㆍ840쪽ㆍ3만3,000원
그는 낙관론자다. 그리고 야심만만하다. 인간의 본성과 인류 문명사를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재구성하고, ‘’가 온다고 자신있게 선언하는 것을 보면.
미국의 저명한 문명비평가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펜실베이니아대 워튼 경영대학원 교수)의 2009년 작 를 보면서 받은 인상이다. 이 책은 적자생존과 부의 집중을 초래한 경제 패러다임은 끝났다며, 세계는 오픈 소스와 협력이 이끄는 제 3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그는 새로운 에너지와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맞물려 인류 문명이 발달해 왔다고 본다. 1차 산업혁명은 석탄과 인쇄술이, 2차 산업혁명은 석유와 전기통신이 이끌었고, 이제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분산 정보통신 기술이 결합한 3차 산업혁명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문명의 견인차 노릇을 한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역사를, 그는 ‘공감의 확산’ 과정으로 파악한다. 여기서 ‘공감’은 남의 아픔이나 기쁨을 내 것처럼 느끼는 능력, 그러니까 불교의 자비심이나 맹자의 측은지심 등과 통하는 말이다. 그는 최근의 생물학적 발견 등에 힘입어 그동안 소홀히 여겨졌던 인간의 본성인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haticusㆍ공감하는 인간)가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신화, 철학, 문학, 심리학, 인지과학, 예술, 정치, 경제 등 방대한 영역을 뒤져서 인류 문명사를 호모 엠파티쿠스의 성장사로 재해석한다.
리프킨에 따르면 제3차 산업혁명 이후 세계는 호모 엠파티쿠스의 특성이 만개한 ‘’다. 지구 자원이 고갈됨에 따라 인류는 재생 에너지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고, 하나뿐인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감과 협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석유 등 화석 에너지와 달리 태양열, 수소,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는 가난한 나라도 얼마든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는 3차 산업혁명이 에너지 민주화를 가져올 것이고 이는 정보통신혁명과 맞물려 수평적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협력과 평등한 세상을 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인다. 에너지 생산과 배분을 둘러싼 정치역학의 비정함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라고 예외일 수 없고, 거기 따른 세계의 양극화를 ‘호모 엠파티쿠스’의 선의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순진하다 못해 불평등을 감추는 미필적 고의처럼 느껴진다. 800쪽이 넘는 이 두툼한 책은 인간의 본성과 인류 문명사를 ‘공감’이라는 렌즈로 비추는 데 3분의 2를 할애하지만, 그런 노고를 통해 주장하려는 결론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오미환기자 n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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