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ㆍ달러환율이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80엔대까지 추락(엔화가치 상승)했다. 사상 최저치였던 1995년4월19일의 79.75엔과 불과 1엔 남짓 차이. 이젠 80엔 사수도 힘겨워 보인다.
엔ㆍ달러환율은 이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한때 80.88엔까지 하락, 15년여만에 가장 낮은 지점까지 내려갔다. 임박한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 약세기조가 더 심화된 탓이다.
이어 열린 1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슈퍼엔고’현상은 지속됐다. 이 곳에서 엔ㆍ달러환율은 81.27엔까지 하락, 80엔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일본 정부가 지난 달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하면서 상정했던 환율하락 저지선은 대략 82엔대. 하지만 개입 직후 86엔선까지 올라갔던 엔ㆍ달러환율은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끝 모를 하락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 쓰는 일본 정부는 엔화가치의 급등에 조바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장관은 한국, 중국 등을 꼬집어 외환시장 개입을 비난한 데 이어 “환율이 급격히 변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필요할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적극적인 대처 의지를 표시했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다시 외환시장에 개입하더라도 효과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원인이 일본이 아니라 미국(달러약세)인 만큼, 일본 정부의 어떤 조치도 엔화가치 급등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한국, 중국 등의 외환시장 개입을 비난하며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한 마당에 공공연하게 시장 개입에 나설 경우 ‘누워서 침뱉기 였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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