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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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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산국제영화제의 미래

입력
2010.10.1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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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5일 막을 내렸다. 부산영화제는 해를 거듭하면서 아시아 영화의 집결지로 성장했다. 또 발전하는 한국 영화산업의 상징적 통로로 국제적 브랜드 가치를 얻었다. 출범 15년 만에 이러한 성공을 이룬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부산영화제가 오늘에 이르도록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 이들을 기억할 만하다.

무엇보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헌신과 노고를 한껏 치하하고 기리지 않을 수 없다. 부산영화제는 출범 당시부터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동호 위원장의 개인적 능력과 노력에 크게 의존해왔다. 그는 스폰서 유치부터 해외 게스트 네트워킹에 이르기까지 절대적 역할을 한, 큰 우산 같은 존재였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그를 대신해 앞으로 누가 영화제를 이끌 것인지, 또 영화제의 독립성이 유지될 수 있느냐에 따라 앞으로 영화제의 위상이 갈릴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상징적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몇 년 전부터 안고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에 오면 유명 스타와 감독들의 전시장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만, 실제 극장 안에서 돌아가는 영화들은 세상과 불화하고 기성 질서에 동의하지 않는 비타협적인 예술영화들이 많다. 영화제를 통해서만 소통되는 이 영화들의 배급망을 넓혀 영화제 바깥의 일반 대중에게도 닿을 수 있도록 외연을 넓히는 것이 절실한 과제이다. 영화제 관객이 특정 전문 관객층으로 게토(guetto)화하지 않고, 부산영화제 브랜드가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해마다 영화제 사상 최대 편수가 상영되고 화제작들이 몇 초 만에 매진되고 영화제 관객이 몇 % 늘었다는 식의 뉴스가 지역 언론을 장식한다. 또 근거는 분명치 않지만 '세계 10대 영화제에 만족하지 않고 5대 영화제로 도약해야 한다'는 따위의 치사도 흔히 듣는다. 지자체 주도 행사에서 성장제일주의와 전시효과가 차지하는 비중을 모르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부산영화제가 영화산업의 젖줄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보다 폭 넓은 관객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화제 상영작들을 일반극장에서도 유통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출품 영화들에 대한 더 많은 전문 비평자들과 관객의 비평을 유도할 수 있는 네트워킹을 고민해야 한다. 부산영화제에 찾아오는 그 많은 영민하고 진실한 영화감독들의 작품을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영화제의 브랜드 가치는 점점 하락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부산영화제의 숙원인 전용상영관이 내년부터 건립된다. 남포동과 해운대에서 기존 영화관을 빌려 더부살이하던 시대를 벗어나 프랑스 칸과 같은 서구의 유명 영화제처럼 자체 살림을 꾸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이를 계기로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를 비롯한 스태프의 헌신에 크게 의존해 주먹구구 식으로 운영한 영화제 시스템도 한 단계 도약할 전기를 맞을 것이다. 지난 15년간 영화제 핵심 인력들이 축적한 노하우를 믿고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어찌 보면 국제영화제는 20세기의 잔치마당이었다. 아날로그 전시장인 극장을 벗어나 디지털 상영공간으로 영화가 확장되는 21세기에 국제영화제는 갈수록 다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동시에 여전히 영화문화의 핵심으로 기능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포스트 김동호' 시대의 부산국제영화제가 혁신을 통한 지속적 발전을 이룰 것을 믿고 기대한다.

김영진 명지대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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