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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너무 일찍 알아버린 20대, 그들이 냉소적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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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너무 일찍 알아버린 20대, 그들이 냉소적인 이유는…

입력
2010.10.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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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호 지음

푸른숲 발행ㆍ266쪽ㆍ1만3,000원

지난 3월 고려대 학생 김예슬씨가 교정에 ‘대학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쓸모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대학을 떠난다는 그의 선언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고, 혹은 박수를 보냈고, 대학 교육의 현실에 대한 토론과 논쟁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엄기호씨의 에 따르면 ‘김예슬 선언’을 열성적으로 응원한 것은 현재 대학생들을 불신하는 386세대였으며, 20대들은 오히려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이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나도 고려대 다녔으면 너처럼 할 수 있겠다 하고 생각했어요. 덕성여대 길혜미 선언문. 아무도 관심 안가져줬을 것 같아요.”(책에 실린 한 여대생의 말)

저자 엄씨는 이런 반응을 “개인의 행동을 개인적인 결단으로 순수하게 바라보기에는 사회가 철저하게 권력관계로 이루어져 있음을 20대들이 너무 일찍 간파해버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학 서열 체제에서 대다수의 20대는 이미 바깥으로 내쳐진 존재들이기에 체제로부터 탈주할 바깥도 없으며, 그래서 바깥이 아니라 안으로의 편입을 위해 목숨을 걸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는 사회학과 문화학을 전공한 인문학자인 저자가 2년 간 덕성여대와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교양 강의를 진행하며 학생들과 주고받은 대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A4 용지 5,000장이 넘는 분량의 리포트들을 추려내고 정리했다는 책 속에는 정치, 교육에서부터 가족, 연애, 돈과 소비, 다이어트 문제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20대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그들은 뭘 해도 내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에 냉소하고, 억압과 폭력으로 가득한 교육을 불신하며, 경제력을 담보로 하는 연애에 피곤해한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돈이 없으면 자유를 빼앗긴다며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88만원 세대’ ‘루저’ ‘잉여’ 등으로 불리는 20대. 하지만 저자는 “이들은 생각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전혀 다르게 경험하고 판단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며 기존의 논리와 언어에 기대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또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자고 말한다. “이들의 거칠고 정리되지 않고 울퉁불퉁한 목소리를 우리가 진지하고 꼼꼼하게 듣는 훈련이 되어있는지에 대한 성찰을 요청한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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