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9년 역사상 한국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성사된 형제의 맞대결이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SK 조동화(29)와 삼성 조동찬(27)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승자가 누가 되든 한국시리즈 맞대결은 형제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형 동화는 공주중과 공주고를 졸업하고 2001년 SK에 입단했고, 동생 동찬도 같은 학교를 거친 뒤 형보다 1년 늦게 삼성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정상의 무대에 함께 서기까지 소속 팀의 엇박자가 계속됐죠.
삼성이 2002년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뒤 2005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할 동안, SK는 '가을잔치' 의 이방인이었습니다. 반대로 삼성은 2006년 이후 한국시리즈에는 오르지 못했고, SK는 2007년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 최강자로 군림하게 됩니다.
조동화와 조동찬은 올 정규시즌 내내 "올해가 기회다. 꼭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습니다. 조동화의 동생 사랑은 각별합니다. 조동찬이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자 취재진에게 "추가 발탁은 없느냐"며 안타까움을 드러냈죠. 형의 마음이 통했는지 조동찬은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조동화는 1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1차전을 앞두고도 "부모님이 (조)동찬이를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며 "동생에게는 서너 번씩 전화하는데 나한테는 한번밖에 안 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동생 사랑에 싫지 않은 표정이었죠.
조동화는 "부모님께서 어느 팀도 응원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도 "SK가 유리한 것 아니냐고 하시더라"며 자신에 대한 편애가 아닌, 객관적인 전력상 SK의 손을 들어줬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습니다.
형제는 모두 소속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들입니다. 조동화는 정규시즌 때는 백업 멤버로 뛰지만, 가을만 되면 펄펄 날아 '가을동화'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2개, 지난해 KIA전에서 1개 등 한국시리즈에서만 3개의 홈런을 때려 지난해까지 정규시즌 통산 홈런(2개)보다 1개가 많습니다. 조동찬 역시 3차례 한국시리즈에서 3할 타율(0.304)을 기록할 만큼 배짱이 두둑합니다.
형제는 1차전서 공교롭게도 승부가 한바탕 요동 친 5회 '만남'이 엇갈렸습니다. 선발 3루수로 출전한 조동찬이 대타 박진만으로 교체된 반면 초반 벤치를 지킨 조동화는 곧 이은 공격에서 박재홍의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밟아 맞대결이 불발된 거죠. '형제의 전쟁'에서 과연 누가 마지막에 웃게 될지 궁금합니다.
인천=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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