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고 따뜻한 경찰이 되겠습니더.” 15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24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경찰관이 된 박연춘(41) 경장은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각오를 밝혔다. 그는 중국 하얼빈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 2세다. 한국 국적은 1995년 한국에 있는 친척들 소개로 만난 남편과 결혼하면서 취득했다.
박 경장이 경찰관이 되기로 마음 먹은 것은 2년 전. 2004년부터 부산경찰청 외사과 등에서 민간 통역인으로 일하면서 막연하게 경찰 업무를 동경했지만 경찰관이 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한 경찰관이 외사 특채시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꿈만 같았던 경찰관에 도전하게 됐다.
주경야독(晝耕夜讀)하던 시험준비는 교육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20대처럼 장애물을 넘고, 달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는 “15세, 11세 먹은 두 아들을 생각하면서 버텼다”고 했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때 아이들과 떨어져서 지낸다는 게 죄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더욱 이를 악물었단다. 외사 특채로 선발돼 같이 교육을 받은 귀화 한국인 이춘려(31) 이정욱(25) 경장도 큰 힘이 됐다.
박 경장의 첫 임지는 경기도. 교육을 받을 때보다 가족이 있는 부산에서 더 멀어졌고, 경찰 업무상 주말마다 내려갈 수도 없다. 그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일에만 매진할 생각”이라며 “엄마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이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앙경찰학교는 이날 교내 대운동장에서 졸업생 1,078명과 학부모 등 5,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졸업식 및 신임경찰관 임용식을 가졌다. 경찰은 특히 이번에 외사 특채로 선발된 귀화 한국인 3명에 대해 “외국인 범죄에 대응하고 외국인 인권지킴이로 활동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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