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두고 먹을수록 맛이 더해지는 음식이 있다. 장류와 젓갈류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같은 음식이라도 새로운 기술과 방식을 접목시켜 더 깊은 맛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상은 전북 순창의 200m 지하 암반수를 사용해 간장을 만든 뒤 5년간 참나무 오크통에서 더 숙성시킨 ‘햇살담은 5년 숙성 간장’(사진)을 내놓았다. 제조에 공들인 시간과 정성만큼 가격도 10만원으로 고가이지만, 추석 때 닷새만에 한정판매 물량 1,000개가 동났을 정도로 인기상품이다.
의성흑마늘영농조합이 생산하는 ‘흑마늘’의 숙성 기간은 45일. 숙성기일이 경과할수록 자극적이고 강한 향과 맛은 제거되는 반면 쫀득한 식감과 새콤한 맛을 내는 S-아릴시스틴이라는 수용성 유황화합물이 생성된다. 조합은 이 공법에 대해 특허인증까지 받았다.
폐광을 활용한 충남 보령시의 ‘토굴새우젓’은 숙성 장소의 차이로 맛의 차이를 이끌어낸 경우다. 일반 토굴에 비해 깊은데다 연중 13도 안팎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짠맛이 덜한 젓갈 생산에 적합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샘표의 ‘속까지 천천히 잘 말려 더욱 부드러운 소면’(사진)에는 반죽 과정에서 공기를 제거해 쫄깃한 맛을 살린 진공숙성공법이 적용됐고, 오비맥주의 ‘카스 라이트’는 상쾌하고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해 영하의 온도에서 3일간 숙성시키는 빙점숙성기법을 통해 제조됐다.
대상 청정원 관계자는 “숙성음식이라고 해서 무작정 묻어놓고 기다리는 때는 지났다”며 “발효ㆍ숙성의 기능과 효용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한 업계의 경쟁은 훨씬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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