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태광그룹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략, 상속재산을 이용한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 사업 편의를 얻기 위한 정관계 로비 의혹, 그리고 계열사 자산을 활용한 편법 증여 의혹 등 세 갈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선친(고 이임룡 회장, 1996년 사망)으로부터 모기업인 태광산업 주식 등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최대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살펴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태광산업 발행 주식의 약 32%가 공식 상속재산 목록에서 누락됐고, 이후 태광산업이 약 18%를 자사주 형태로 매입했으며, 이를 현금화한 돈이 태광그룹 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 차명계좌로 관리되고 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를 최근 주가로 환산하면 2,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대 재벌그룹이 상속ㆍ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의 칼날은 자연스레 '출구', 곧 비자금의 사용처 부분으로 향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태광그룹 계열사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 과정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케이블방송업체인 티브로드는 경쟁사인 큐릭스를 인수하면서 업계 1위로 발돋움했는데, 당시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전국 77개 방송권역 중 14개 권역을 보유했던 티브로드가 큐릭스(6개)를 인수하는 데 법적 걸림돌로 작용했던 방송법 조항이 공교롭게도 인수 직전인 2008년 12월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가 지난해 이미 한 차례 내사를 벌인 뒤 올해 4월 무혐의로 종결했으나, 비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다 보면 이번엔 로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3월 말쯤 경찰과 검찰의 조사가 이뤄졌던 티브로드 관계자의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다시 한번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특히 해당 행정관은 방통위에서 파견된 인사였다.
이호진 회장의 외아들 현준(16)군에 대한 편법증여 의혹도 검찰의 중점 수사 대상이다. 비상장 자회사인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 티알엠 등의 지분 49%씩을 현준군에게 넘겨주기 위해 회사 주식을 헐값으로 발행하고, 이 과정에서 계열사의 돈이 활용됐다는 의혹인데, 만약 사실로 확인되면 배임 혐의 적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 2008년 이 회장의 가족기업인 동림관광개발의 골프장 회원권을 골프장 완공 전에 계열사들에게 일반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팔았다는 의혹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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