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가 희망 퇴직을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는 최근 사내 게시판에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이번 희망 퇴직 실시는 사실상 승진이 어려워진 직원들이 다른 곳에서 제2의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돕자는 게 근본 취지"라며 "이를 위해 희망 퇴직 신청자에게는 퇴직금 외에도 전별금과 위로금이 지급되고 6개월에 걸친 전직 적응 프로그램 등도 지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에버랜드가 희망 퇴직을 받기로 한 것은 리조트 사업부의 수익률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두자릿수였던 리조트 사업의 수익률은 올해 들어 한자릿수로 내려 앉은 데다 최근 이마저도 떨어지고 있어, 적자 전환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경영상 어려움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얘기다.
회사측은 이번 희망퇴직 대상자가 일단 전체 직원 4,000여명 중 2%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규모는 희망퇴직 신청이 끝나는 이번 주말이나 집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도 희망 퇴직을 실시, 55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삼성은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각 계열사 별로 최대 30%나 인력을 감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삼성이 2년만에 다시 위기관리 모드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한 곳은 에버랜드뿐이며, 현재 그룹 차원의 인위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전혀 갖고 있는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최근 환율하락으로 한국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하는 데다 연말 정기 인사 및 조직 개편 등을 앞둔 상황이라 사실상 재계가 위기 관리 모드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로 LG도 지난달 LG전자의 최고 사령탑을 교체, 대대적인 조직 개편 등이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대부분의 기업에선 이미 외환위기 이후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어, 갑작스레 인위적인 인원 감축 등을 단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다만 환율 하락 및 원자재가 상승으로 경영 환경 등이 급속도로 불확실해지고 있는 만큼 선제적인 위기 관리 측면에서 연말 정기 인사의 폭이 커질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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