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중국에서는 이 때를 ‘국황해비(菊黃蟹肥)’라고 한다. 국화가 만개하고 게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계절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선비들은 가을이 되면 국화를 감상하면서 시를 짓고, 게 요리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을 최고의 멋으로 친다.
중국에서 유명한 게는 쑤저우(蘇州)의 양청호(陽澄湖)에서 잡히는 다자셰(大閘蟹)라는 민물게다. 음력 9월9일 중양절 무렵인 지금부터가 제철이다. 특히 해황(蟹黃)이라 부르는, 노란 알을 가득 밴 암게는 음력 9월에 맛있고 수게는 음력 10월에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구자십웅(九雌十雄)이라는 말도 있다. 이 민물게는 우리나라의 참게처럼 손바닥에 얹을 정도의 크기에 암청색을 띠고 있지만 요리를 하면 선명한 오렌지색으로 변한다. 여러 가지 요리법이 있지만 담백하게 쪄낸 칭정다쟈셰(清蒸大闸蟹)가 유명하다. 찐 게를, 흑초에 생강을 채썰어 넣은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정말 환상적인 맛이다. 이렇게 맛있는 게도 감하고는 상극이라니 주의해야 한다.
게 요리의 역사는 아주 길다. 위진남북조 시대에 이미 사슴꼬리와 노란 알을 밴 암게 요리를 최고로 쳤으며, 이백 소동파 등 역대 시인들의 시에도 게 요리를 칭찬하는 구절들이 있다. 이백의 시 ‘달빛 아래 혼자 술을 마시며(月下獨酌)’의 제 4수 마지막에 ‘게 요리는 맛있는 안주요/ 술지게미 언덕은 봉래산이라/ 맛있는 술을 마시고/ 달밤에 누대에서 취해보리(蟹螯即金液,糟丘是蓬莱. 且須飮美酒,乘月醉高台)’라는 구절이 있다. 또한 이나 같은 문학 작품 속에도 국화를 감상하며 술 마시고 게 요리를 먹는 장면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게 요리가 늘 이렇게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덩샤오핑의 딸 덩룽(鄧榕)이 쓴 책 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1976년 10월6일 밤에 장칭(江靑)을 비롯한 문화대혁명 4인방이 체포되었다. 소식이 퍼지자 베이징 시민들은 이를 축하하기 위해 앞다투어 술을 사고 술안주로는 마침 제철인 게를 샀다. 살 때는 반드시 4인방을 뜻하는 ‘수놈 세 마리, 암놈 한 마리’를 산 후, 게를 툭툭 치면서 “자, 이래도 권세를 믿고 제멋대로 날뛰겠어(横行霸道)”라고 했다고 한다. 횡행(橫行)은 제멋대로 한다는 뜻과 함께 게가 옆으로 가는 것을 의미한다.
깊어가는 가을밤, 국화 향기에 취하고 게 안주를 곁들여 술 한잔 기울이는 낭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횡행(橫行)만 하지 않으면 된다.
salang@ehwa.ac.kr
★강영매의 中國味談 2회 제목 중 ‘정치채(政治采)’의 한자는 政治菜의 오기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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