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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냉전시대/ 이중플레이… 뒤통수… 헐뜯기… '이기적 錢爭' 무법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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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냉전시대/ 이중플레이… 뒤통수… 헐뜯기… '이기적 錢爭' 무법천지

입력
2010.10.1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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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환율 전쟁은 무법천지다. 공조 약속이 안중에 없는 건 물론이고,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같이 손을 맞잡고서도 속으로는 이해타산을 따지기에 여념이 없다. 정당성도 팽개친 채‘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의 이중 잣대에도 너무 당당하다.

야누스의 얼굴

지난 달 엔화 가치가 급등하자 2조엔 이상의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던 일본. 외환당국은 이후에도 번번히 “필요할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추가 개입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런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문제삼고 나선 건 너무나도 이율배반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을 무마시키려는 정치적 쇼 아니겠느냐”고 했다.

미국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고 몰아세우지만, 정작 자국의 달러약세 정책에 대해서는 입을 꼭 다문다. 국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미국이 부지런히 달러를 찍어내 양적 완화 정책을 펴는 것 자체가 달러 약세를 위한 것 아니겠느냐”며 “매우 이중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중국을 공략하면서도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한 일본에 대해서는 특별한 공세를 펴지 않는 것도, 결국엔 일본을 아군으로 삼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동상이몽

전쟁의 양상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대립 구도로 굳어져 가면서 이른바 ‘환 블럭’이 형성됐지만, 그렇다고 같은 블럭 내에서도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엇갈린다.

유럽연합(EU)의 대장 격인 독일은 겉으로는 미국을 지지하는 듯한 모습이다. 라이나 브뤼델 독일 경제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환율전쟁이 무역전쟁으로 치닫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중국은 현 사태가 고조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환율 문제가 미국의 바람대로 공식 이슈화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유럽 최대 수출국으로서 자칫 독일도 ‘환율 수혜국’으로 몰릴 수 있는 탓. 정부 관계자는 “독일이 공식 회의에서 미국을 지원 사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신흥국 블럭도 마찬가지다. 연일 환율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브라질의 경우 이번 전쟁을 통해 미국 만이 아니라 경쟁국인 중국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이 13일 기자회견에서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율 문제가 공론화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수면 아래와 위, 다른 행보

연일 환율과 관련한 공격적인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각자 기자회견 등을 통해 언급하는 내용뿐. 정작 상대를 면전에 둔 직접적인 공격은 그다지 많지 않다. 지난 8, 9일 워싱턴에서 열렸던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도 마찬가지.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는 “물밑에서 격렬히 논의가 이뤄지지만 표면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은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 뿐. 정부 관계자는 “이런 것도 다 밀고 당기기 전략 아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 전초전이 될 경주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22, 23일)에서는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중간선거와 G20 정상회의까지는 환율 전쟁은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장관회의가 공개석상에서 환율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사실상의 첫 회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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