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재일동포들도 등을 돌렸다.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불구, 조기자진사퇴와 3자 동반퇴진을 거부했던 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장으로선 ‘영원한 후견자’였던 재일동포 주주들마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섬에 따라, 이제 벼랑 끝으로 몰리는 형국이 됐다.
재일동포 주주들 화났다.
재일동포 주주들은 14일 일본 오사카에서 대규모 회동을 갖고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등 ‘빅3’의 즉시 사임 ▦그룹 내부 인사로 새로운 경영진 조기구성 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신 사장에 대한 고소사태 직후였던 지난달 9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재일동포 주주들이 ‘라 회장을 중심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하라’는 뜻을 전달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입장. 금융권에선 “재일동포들이 이제 라 회장에 대한 지지를 사실상 철회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이날 발표한 결의문을 보면 재일교포들이 라 회장 뿐 아니라 이 행장에 대한 불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주주들은 결의문에서 라 회장이 실명제법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고, 다수의 신한은행 임직원들까지 징계를 받게 된 상황에 대해 ‘신한금융그룹의 경영자의 배신적인 행위에 깊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라 회장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특히 신 사장 고소를 주도했던 이 행장에 대해선, ‘독선적이고 근시안적인 경영판단 결과가 신한금융의 신용추락은 물론,한국금융계의 국제적인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맹비난했다.
일각에선 이날 모인 주주들은 오사카를 비롯한 관서지역 출신들로 ‘친(親)신상훈’ 성향의 인사들이란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신한금융 재일동포 사외이사 4명과 신한은행 재일동포 사외이사 1명, 그리고 재일교포 원로주주모임인 간친회 회원들이 대거 참석한 점을 보면, 사실상 재일교포 주주 전체의 의견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라 회장의 선택은
라 회장의 입지는 이제 아주 좁아졌다. 사실상의 퇴진메시지를 담은 중징계 통보에도 불구, 라 회장은 내년 3월 주총 때까지 회장직을 유지해 차기 경영진을 꾸려놓은 다음 물러나겠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이 계획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신한의 대주주인 재일동포들까지 등을 돌린 마당에, 사실상 ‘비빌 언덕’은 없어진 셈이다.
특히 재일교포 주주들은 결의문에서 ‘라 회장과 신사장, 이 행장 3명의 사내이사를 제외한 신한 이사회가 사태를 수습하라 ’고 명시, 신한의 차기 경영 구도를 짜는 데서도 라 회장이 손을 뗄 것을 요구했다. 다만 재일동포들은 이사회가 차기 경영진을 외부가 아닌 그룹 내부에서 선임해야 한다고 강조,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는 ‘관(官)출신 인사 영입설’을 일축했다.
이날 결의문에 대해 신한측 관계자는 “이번 결의는 재일교포 주주 전체 의견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모든 문제는 라 회장이 해외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27일 이후에 논의 후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한 내에서도 상황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대세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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