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의 개헌 구도가 복잡다단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친이계는 개헌 찬성, 친박계는 개헌 반대’라는 단순 구도였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친이계 내부의 변화 기류가 주목된다. “야당에 뭔가를 내주더라도 개헌을 하자”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는가 하면“현실적으로 개헌은 힘들다”는 회의적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청와대에서 “갈수록 개헌의 현실화 가능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여권 내에서 개헌에 가장 적극적인 인사는 누가 뭐래도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개헌론을 제기한 뒤 지금까지 그 화두를 짊어지고 온 인사는 이 장관이다. “개헌을 하려면 지금이 적기”라는 발언으로 물꼬를 텄고, 여기저기서 “개헌이 필요하다”며 군불을 때왔다.
이런 차에 한나라당이 민주당에게 “4대강 특위와 개헌특위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는 이른바 ‘빅딜설’이 12일 터져 나왔다. “드디어 친이계가 개헌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14일 아침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한바탕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이 “빅딜설이 사실이면 대단히 유감”이라며 “개헌론과 같은 중요한 정책이 의총 결정이나 최고위원회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원내대책회의의 자의적 판단으로 결정되는 것은 권한남용”이라고 김무성 원내대표를 공격했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오래 전부터 의원들을 상대로 개헌 관련 설문조사를 했고 그 때마다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게 절대 우위였다”며 “잘못된 헌법을 고치자는 논의조차 못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청와대에선 이날 개헌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청와대 정무라인의 핵심 관계자는 이날“지금 여야에서 나오는 개헌론이 국민으로부터 추동력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공허한 테마’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은 정치권을 향해 고단한 삶의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외치고 있으며, 개헌 추진을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선주자들과 여야 주요 인사들의 의 이해와 목소리가 제각각이어서 시간이 갈수록 현실화 가능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친이계인 정두언 최고위원도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기본적으로 국민이 개헌에 관심이 없고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친이계가 개헌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추진 방식과 시점을 두고 의견이 분화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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