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낙인과 멍에를 제 어깨에서 좀 벗겨주십시오.”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하루 전 같은 당 동료 의원 86명에게 돌린 친필 편지가 화제가 됐다. 손학규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 의원은 유력한 사무총장 후보였다. 하지만 지도부에 한나라당 출신이 많다는 지적 때문에 당직을 맡지 못했다.
김 의원은 A4 5장짜리 편지에서 “탕평과 당의 화합을 위해 손 대표가 내린 결단은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여기가 지명직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이 동시에 영남 출신이면 큰 일 나는 당이냐”고 토로했다.
그는 또 1991년 ‘꼬마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나 분당을 반대하다 한나라당에 합류했던 정치 역정도 거론했다. 이어 “정치사의 큰 물결이 요동침에 따라 본의 아니게 한나라당에 몸 담았다는 것이 원죄라면 언제든지 그 값을 달게 치르겠다. 그러나 저는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하고 청춘을 바쳤던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3선의 김 의원은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만 2차례 원내대표 경선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한나라당 꼬리표도 패인 중 하나였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야권통합이나 인재 영입을 위해서도 한나라당 출신 논란을 한 번은 정리해 의원들께 호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글을 썼다”며 “편지가 공개돼 쑥스럽게 됐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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