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원 이종진씨는 11일 출근길에 무심코 본사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단조로운 은색이었던 엘리베이터 문이 알록달록한 ‘총천연색’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 자세히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한진해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컨테이너박스의 입구 부분이 그려져 있었다.
문이 열리자 이씨는 또 한번 놀랐다. 내부에도 TV 등 전자제품과 각종 완구 등의 그림이 화려하게 채색돼 있었다. 이씨는 “엘리베이터 하나가 달라졌을 뿐인데 건물 전체가 리모델링된 것 같다”며 “우리 회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씨를 비롯한 한진해운 직원들에게 기분 좋은 아침을 선사한 주인공은 바로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다.‘감성경영’‘문화경영’으로 이름 붙여진 최 회장의 파격 행보가 갈수록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경영코드가 예상 밖의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엘리베이터의 컨테이너박스 입구 도안과 내부를 채운 그림 선정은 모두 최 회장의 몫이었다. 또 다른 엘리베이터에도 무엇인가를 들여다 보고 있는 한 남성의 뒷모습과 세계 각지의 유명 건축물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한진해운의 슬로건인‘대양을 넘어’(Beyond The Ocean)와 이 회사 비전인‘세계적 물류 리더’(The Global Logistics Leader)를 각각 시각화한 것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최 회장은 또 직원들에게 청바지 착용을 허용하는 새로운 파격을 단행했다. 한진해운은 그 동안 매주 금요일을 ‘캐주얼 데이’로 정하고 직원들이 자유 복장으로 출근하게 했지만 유독 청바지 착용만큼은 불허해 왔다. 최 회장은 직원들에게 “청바지는 편하기 위해 입는 게 아니라 자유롭고 긍정적 사고를 이끌어내는 좋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입는 것”이라며 “이 가을부터는 청바지를 성숙하고 세련되게 입는, 멋진 ‘한진해운인’이 되자”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 밖에 최근 지하식당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풍경’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구내식당을 만들었고, 컨테이너박스 모양의 포도주 포장 박스도 개발해 고객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최 회장의 시도 하나 하나는 작은 것들이지만, 이런 작은 것들이 전체 조직에 변화와 혁신의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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