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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광부 33인 전원 귀환/ "불은 끄고 나왔어?" 막장에서 꽃핀 유머 인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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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광부 33인 전원 귀환/ "불은 끄고 나왔어?" 막장에서 꽃핀 유머 인간애

입력
2010.10.1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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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매몰 광부 33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필사의 구조 작업을 지켜본 세계인의 눈가에는 단지 이슬만 맺힌 것은 아니었다. 매몰 광부들과 칠레 구조당국이 이 과정에서 보여 준 느긋함과 유머는 지구촌을 미소 짓게 했다.

“불은 끄고 나왔어? 침대는 정리했고?” 33명의 매몰 광부를 모두 올려 보낸 뒤 14일 0시 32분 마지막으로 지옥을 탈출해 무사히 귀환한 구조대원 마누엘 곤살레스를 맞이한 동료 구조대원들이 이렇게 농담을 건넸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이 보도했다. 남미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마지막까지 사지에 남아있어야 했던 그가 짊어졌을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마음이자, 자진해서 마지막까지 남았던 그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이었다.

12일 두 번째로 구출된 광부 마리오 세풀베다(40)는 구출 직후 구조대원들에게 매몰장소에서 가져온 돌멩이를 기념품이라며 건네는 엉뚱함으로 이미 유명해졌다. 그는 광부들이 생환해 감격해 하는 모습을 기대하며 곁에 서 있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에게도 익살스럽게 돌멩이를 건네는 대담함으로 눈길을 끌었다. 69일 간 622m 지하에 갇혀 있다 나온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든 여유였다.

27번째로 구출된 프랭클린 로보스(53)는 구조 직후 현장에서 딸 캐롤리나와 축구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선보여 전세계인은 칠레인의 느긋함에 혀를 내둘렀다. 프로축구 선수 출신인 그는 매몰 당시 스페인의 세계적 축구선수인 다비드 비야로부터 친필 사인이 담긴 티셔츠를 선물 받기도 했다.

매몰 광부 중 3명은 생사를 넘나들었던 매몰순간에도 지상의 여자친구로부텨 결혼약속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광부 클라우디오 야네스(34)는 당초 여자친구 크리스티나 누네스로부터 퇴짜를 맞았지만, 땅 속에 갇힌 이후 역으로 그녀로부터 청혼을 받는 데 성공해 박수를 받았다. 누네스는 한술 더 떠 야네스가 구출된 뒤 자신이 입고 약혼자에게 보여줄 속옷을 미리 공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녀는 영국BBC방송에 “구출 첫 날 밤 나는 귀여운 악마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남자친구의 무사 귀환을 바랐다.

그러나 웃음만으로 그친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 귀한 구조대원 곤살레스는 피녜라 대통령이 “올라오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느냐”고 묻자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세계최대 구리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만연한 안전불감증에 일침을 놓아 주위를 숙연케 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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