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일간의 악몽을 끝내고 영웅으로 돌아온 칠레 매몰 광부 33명의 인생은 산호세 광산이 붕괴된 8월 5일을 기점으로 이미 180도 변해 있었다. 벌써부터 전 세계 언론과 영화사, 출판사 등이 돌아온 영웅들을 가만히 나두지 않을 태세다. 해외에서의 초청과 일자리 제의가 봇물을 이루고 상상하지 못할 금전적인 보상 이야기도 거론된다.
그러나 생환으로 인한 축제 분위기도 잠시, 해결해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다. 우선 이들의 건강 상태는 장기간 살펴봐야 할 과제가 됐다. 사고가 가져온 파장으로 이들이 돌아가야 할 직장인 광산업은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들의 건강이다. 칠레 보건당국은 14일 구조된 광부들의 건강이 일부를 제외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양호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하 감옥’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다 탈출한 광부들이 겉으로는 멀쩡해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초조함 등 신경쇠약에 평생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면증 등 후유증으로 길게는 수년간 고통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칠레 정부는 이들에 대한 장기 관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다가 살아난 기억은 다른 형태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이들 중 누군가는 정상적인 삶에 다시 적응하거나 단시간에 깜짝 스타가 된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칠레 광산업계는 이번 사고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14일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업체뿐만 아니라 안전을 무시하고 사업을 허가해준 정부에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정부차원에서의 각종 규제들이 크게 강화될 예정이다. 칠레 광산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칙을 강화할수록 작은 광산업체들은 힘들어진다”며 “광부 수천명이 정리해고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몰 광부들을 고용했던 산호세 광산 소유업체 산 에스테반도 파산위기에 놓였다. 구조비용 2,200만달러를 부담해야 하는데다, 붕괴사고 발생 이후 일손을 놓고 있는 300여명의 광부들에게 지급할 임금도 대출을 받아 겨우 변통했다. 여기에 매몰 광부 가족들이 제기한 1,200만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도 기다리고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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