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지켜 본 22시간여의 구조 작전은 33회를 한꺼번에 보는 연속 감동 드라마였다. 매회마다 주인공(구출 광부)들은 세계를 향해 기적이 존재함을, 또 결코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줬다. 광부들의 생환 소감 역시 하나하나가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11번째 구출자인 호르헤 갈레길로스는 “우리가 살아있다고 믿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광산 붕괴 후 17일 간 바깥과의 연락이 두절된 채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절망과, 결코 포기하지 않은 땅 위의 구조 노력에 대한 뜨거운 감사를 담고 있다. 17번째로 구출된 오마르 레이가다스(56)가 쓰고 있던 헬멧에는 “신은 살아있다”는 글이 선명했다. 최고령 광부 마리오 고메스(63)는 “나는 변화했다. 난 이제 전혀 다른 사람”이라며 어둠 끝에서 다시 찾은 삶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마리오 세풀베다(40)는 “나는 (유명인사가 아닌) 광부로 대접받기를 원하며 광부로 살다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광부 루이스 우르수아(54)가 지상으로 나온 시간은 13일 오후 9시55분이었지만 공식적인 구조 작전은 14일 0시35분 종료됐다. 33명의 광부들을 안전하게 올려 보내기 위해 지하 622m로 향했던 구조대원 6명 중 마누엘 곤살레스가 마지막으로 귀환한 시각이다. 12일 오후 11시20분 구조 작전 개시와 함께 처음으로 지하에 내려갔던 곤살레스는 칠레 국영 코델코 구리회사의 광산 구조 전문가다. 지하에서 25시간 가량 머물며 침착하게 광부들을 올려 보낸 곤살레스 등 구조대원들은 말 그대로 ‘숨어 있던’ 또 다른 영웅들이다. 곤살레스는 지하에서 홀로 마지막 탑승 작업을 준비하며 26분을 보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희망캠프에 머물던 광부 가족들은 마지막 광부가 무사히 구조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굳은 연대감을 보여줬다. 구출된 광부의 한 가족은 “처음부터 끝까지 구출 작업을 모두 지켜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마침내 33명이 모두 구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광부 빅터 세고비아의 여동생 실비아는 “이제야 악몽이 끝났다”고 했고, 고메스의 처제 벨지카 라미레스는 “이제 새로운 삶이 시작되려 한다”고 기뻐했다. 고메스의 부인 릴리아네트 라미레스는 남편이 교회에서 정식으로 결혼식을 갖고, 영원히 미뤄둘 뻔했던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매몰 생활 중 여자친구의 존재가 밝혀져 입방아에 올랐던 광부 요니 바리오스(50)는 21번째로 구출된 직후 결국 오랜 여자친구인 수사나 발렌수엘라와 포옹했다. 28년 간 결혼 생활을 한 아내 마르타 살리나스는 현장에 없었다. 살리나스는 칠레 언론과 인터뷰에서 “남편이 여자친구에게도 와 달라고 부탁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보였지만 “그가 무사한 것이 기쁘다. 이는 신이 준 기적”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AP통신은 이번 구조 작전을 보도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수천 명의 각국 취재진 가운데는 북한 국영 조선중앙방송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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