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된 칠레 광부 33명 중 마지막 영웅 루이스 우르수아(54)가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13일 오후 9시 55분, 69일이라는 사상 초유의 매몰 사고는 감동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매몰 광부의 지도자였던 우르수아가 탄 피닉스가 지상에 올라오자, 전 세계는 행복한 결말을 이끈 마지막 귀환자를 향해 환호를 보내며 그가 보여준 희생의 리더십을 극찬했다.
금광 작업반장인 우르수아의 지도력은 생사를 가르는 순간부터 빛이 났다. 지난 8월 5일 작업도중 갱도가 붕괴하자 광부들에게 재빨리 몸을 낮출 것을 지시해 위기를 모면했다. 이후 대규모 인원이 피신할 수 있는 공간을 직접 찾아 이들을 이동시켰다.
최초 매몰 이후 세상과 단절된 17일 동안 그의 활약은 모든 광부들이 생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구조 작업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광부들에게 임무를 할당하면서 질서를 유지했으며 식수를 확보했다. 피신처 지하 공간을 작업실, 취침실, 위생실 등으로 나눠 교대로 이용케 하는 지혜도 발휘했다. 광구 내부 비상식량도 적절하게 분배, 스푼 2개 분량의 참치와 쿠키 반 조각, 우유 반 컵을 48시간마다 한 번씩 먹도록 해 최초 구호품이 18일만에 도착하기 전까지 버틸 수 있도록 했다. 또 “33명 모두 살아 있다”는 쪽지도 미리 써 놓아 17일만에 자신들의 공간으로 뚫고 온 가느다란 구조용 탑침봉에 쪽지를 꽂아 생존 사실은 물론 광부들의 위치를 지상에 알렸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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