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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국감서 대질신문에 항복/ 모르쇠 버티다 "보고 받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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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국감서 대질신문에 항복/ 모르쇠 버티다 "보고 받았다" 시인

입력
2010.10.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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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수뇌부는 지난 12일 국정감사장에서 작년 신한은행 검사 당시 라응찬 회장의 실명제 위반 정황을 끝까지 보고받지 못했다고 버텨 더욱 의혹을 키웠다. 하지만 의원들이 국감에선 이례적으로 대질신문까지 벌이면서, 결국 금감원은 '작년 5월 이미 라 회장의 실명제 위반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말았다.

오전 질의까지만 해도 금감원의 작년 검사 당시 정황 파악은 현장 검사반장의 '감(感)' 수준에 머물렀다. 안종식 당시 검사반장은 "태광실업과 신한은행 간 자금거래 조사 과정에서 차명계좌가 있었다는 정황은 있었지만 검찰이 자료를 압수해 가 더 이상 확인하지 못했다"며 "상급자인 국장과 본부장에게 '태광실업과의 자금거래를 검사하려 했으나 자료가 없어 조사할 수 없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창 원장은 "검찰이 수사 중이어서 검사할 수 없었다는 보고를 '언뜻' 들었다"고 얼버무렸다. '무엇을' 검사할 수 없었는지는 쏙 빠진 보고였지만 의원들을 당장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김 원장은 오후 답변까지 "차명계좌 정황은 보고받은 바 없다"고 버텼다.

상황이 바뀐 건, 국감이 끝나가던 오후 11시 이후. 의원들의 질의가 '수뇌부에도 실명제 위반 정황이 보고된 것 아니냐'에 집중되면서부터였다. 우제창(민주당) 의원 질의에 안 실장과 함께 증인으로 나선 주재성 본부장이 "그런 보고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답하자 야당의원들이 발끈하기 시작했다. 주 본부장은 곧바로 "현장의 세세한 내용까지 보고받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진화에 나섰으나 의원들은 김영대 국장과 김 원장까지 차례로 불러 본격적인 대질신문에 돌입했다.

이어 증인대에 선 김 국장은 "그 건은 검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그 건이란 실명제법 위반 정황이 좀 있다는 내용"이라고 답해 뉘앙스를 달리했다. 막판엔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까지 나서 "보고를 했다는 라 회장 관련 건이 뭐냐"고 따져 물었고 김 국장은 "당시 언론에 보도되던 라 회장 실명법 위반 관련 건으로 기억된다"고 인정했다. 그러자 주 본부장도 뒤따라 "라 회장 실명제 건을 검사할 수 없었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말을 바꿨다.

부하들이 '백기'를 들자 김 원장은 결국 박선숙 의원의 최종 질의에 "라 회장의 50억원이 차명계좌 가능성이 있어 검사하려 했으나 못 했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정황까지 보고 받았음'을 자백했다. 금감원의 '묵인 의혹'이 '묵인'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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