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장충동 태광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한 수사팀이 한화그룹 차명계좌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광 압수수색이 한화 차명계좌 수사의 연장선일 거라는 추측도 잠시 제기됐으나 검찰은 "두 사건은 완전히 별개"라고 못박았다.
검찰에 따르면 태광 압수수색은 내부자 제보에서 비롯됐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서부지검으로 제보가 접수됐는데, 그 내용이 수사결과를 방불케 할 정도로 명확하고 구체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밀히 주변조사를 진행하던 검찰은 13일 일부 언론에 관련보도가 나갈 거라는 소식을 전날 접했고, 증거인멸을 우려해 바로 다음날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남기춘 서부지검장은 12일 재경지검 순시를 마치고 돌아온 김준규 검찰총장을 찾아 이 사안을 긴급히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수사를 맡은 형사5부는 공안사건 및 특별수사를 전담한다. 보통 부장검사 아래 수사검사가 3~4명 정도가 배치되는 재경지검 상황을 감안하면, 중수부 '예비군 검사'가 2~3명 더 충원됐다고 해도 다소 무리한 사건배당으로 비칠 수 있다. 이와 관련, 검찰 안팎에선 태광 관련 제보가 매우 구체적이어서 수사인력이 크게 필요 없을 뿐 아니라, 한화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이기 때문일 거라는 추측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한화 수사가 김승연 회장 선까지 가지 않고 예상보다 빨리 끝날 가능성도 있다"면서 "태광 사건은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자료부터 확보한 뒤, 참고인 등에 대한 본격 조사는 한화 수사를 마무리 지은 다음 재개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부지검을 중심으로 굵직한 기업 사정수사가 잇따라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도 여러 분석이 제기된다. 우선 제보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화 차명계좌 수사를 서부지검이 맡아 진행하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재경지검들 중에도 서부지검으로 제보가 몰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공정사회 이슈를 배경으로 검찰의 기업 사정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나 태광의 편법증여 의혹 등은 공정사회를 훼손하는 대표적 범죄로, 검찰이 이에 대한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한화와 태광에 대한 검찰수사가 성과를 거둘 경우 검찰의 사정칼날이 대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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