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TV 제왕' 소니가 똑똑해진 스마트TV를 들고 돌아왔다.
올해 6월 전략 제품인 3차원(3D) TV를 출시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구글과 손잡고 야심적으로 기획한, 인터넷을 결합한 스마트TV 완제품을 전격 공개하고 나선 것.
소니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이용환경)을 탑재한 4종류의 '브라비아 LCD(액정화면) TV(일명 구글TV)' 제품을 선보였다.
2000년대 들어 디지털 TV시장에서 삼성전자 등에 밀려 실추됐던 자존심을 만회하려는 소니의 가세로 세계 스마트TV시장은 글로벌 업체들 간 빅매치가 불가피해졌다. 이미 신제품을 선보이며 선발 업체로 앞서가고 있는 삼성전자 및 애플 등과 사활을 건 한판 승부가 조만간 펼쳐질 전망이다.
저렴한 가격·풀브라우징 서비스 강점
구글TV의 가장 큰 특징은 TV에서도 컴퓨터(PC)처럼 인터넷 기능을 자유롭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풀브라우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용 리모컨에 PC키보드와 동일한 배열의 쿼티 자판을 적용한 것도 인터넷 검색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TV를 시청하면서도 즉석에서 인터넷 검색은 물론 댓글 입력까지도 바로 입력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한 사회관계형서비스(SNS)인 트위터를 포함해 판도라(웹라디오)와 넷플릭스(영화), 유튜브(동영상) 등 구글의 앱 서비스와 소니 자체 콘텐츠인 큐리오시티도 내장했다.
무엇보다 구글TV의 강점은 예상을 뛰어넘은 파격적인 가격대. 소니가 이번에 선보인 4종류(24, 32, 40, 46인치)의 가격대는 599.99(70만)~1,399.99달러(165만원대) 수준으로, 기존에 이미 출시됐던 발광다이오드(LED) TV 제품군에 비해서도 중위권대 가격이다. 구글TV 출시 전, 일각에서 46인치 제품의 경우 1,900달러(210만원대)선에서 출시될 것으로 관측됐던 것에 비교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밥 이시다 소니 홈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그룹 사장은 "소니가 진정한 인터넷 TV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영역의 선구자가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소니 인터넷 TV를 통해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새롭고 강력한 방식을 도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마켓 이용 불가능
하지만 구글TV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먼저 기대를 모았던 안드로이드 마켓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은 구글TV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TV를 통해 안드로이드 마켓에 등록된 풍부한 종류의 응용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를 내려 받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부분에선 풀브라우징 기능을 포함시켜 사용 환경을 개선시켰지만 정작 이용할 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제기되는 이유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이 기능을 현재 개발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소니가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TV와 키보드를 결합한 기능이 자칫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디지털영상사업부 사장은 "경쟁 업체의 제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구글TV의) 인풋 디바이스(입력장치)만 봐도 키보드를 들고 TV를 보는 것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단순하고 간편한 것에서 오는 편리함을 외면한 쿼티 자판 리모콘이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거북함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분석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가 출시한 구글TV는 콘텐츠와 하드웨어 부분에서 미흡한 부분을 가격으로 만회하려는 게 엿보인다"며 "스마트TV 시장 경쟁에서 관건은 결국, 어느 업체가 편의성을 높인 하드웨어로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