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을 사이에 두고 10여 년간 애틋한 사랑을 나눠온 무기수 A(45)씨와 그의 연인 B(39)씨의 순애보가 마침내 백년가약의 결실을 맺게 됐다.
18년 전인 1992년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은 2년 뒤 A씨가 친구의 살인 현장에 함께 있게 되면서 공범으로 수감되고,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으면서 나락으로 추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B씨의 사랑은 교도소의 삼엄한 장벽보다 높았다. 그는 매 주말마다 연인이 갇혀 있는 청주교도소로 면회를 다니며 옥바라지를 했고, 3년 전 아예 청주로 이사를 해 곁을 지켰다. 교도소 관계자는 "B씨는 거의 매일 교도소를 찾아와 법적으로 허용되는 15분의 짧은 면회시간을 이용해 A씨를 만나왔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연극 '섬에서 핀 꽃'으로 만들어져 지난 8일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천주교 청주교구 교정의 밤'에 공연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청주교구 등의 도움으로 14일 오전 청주 시내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4박5일간 신혼여행을 다녀오게 됐다. 물론 A씨는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야 한다. 5년 전 20년형으로 감형 받은 A씨에게 남아있는 수형기간은 약 5년이고, 가석방을 받게 되면 함께 살게 될 날이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 A씨는 "나가게 되면 목숨을 바쳐 사랑하겠다"고 말했고, B씨는 "그가 이유 없이 좋다"고 말해왔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혼인미사를 집전할 요셉 신부는 "두 사람의 '이유 없는' 사랑이 진짜 사랑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청주=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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