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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지워지는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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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지워지는 DVD

입력
2010.10.1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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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을 보면 중요한 첩보사항을 듣고 나면 몇 초 후 자동으로 녹음이 지워지는 테이프가 나온다. 증거를 없애고, 혹시 다른 사람에게 내용이 노출되지 않게 특수 제작된 테이프를 사용했다. DVD라고 그렇게 못할 것도 없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해운대 피프(PIFF)라운지에 이색 자판기가 선보였다. 계란, 심지어 바나나 자판기까지 나온 마당에 DVD 자판기가 새삼스러울 것이 있느냐고 속단하면 착각. 바로 의 녹음테이프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지워지는 DVD'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 미국에도 레드박스, 익스프레스 같은 DVD 자판기가 있지만 무인대여기에 불과하다. 그런 것들과는 다르다. 2,500원을 내고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가 담긴 DVD를 산다. 요즘도 지하도나 길거리에서 단속의 눈을 피해 파는 조악한 불법 복제품이 아니라 정품이다. 다르다면 포장(진공)을 뜯으면 48시간 안에 영화를 봐야 한다. 그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모두 지워진다. DVD 제작 때 접착제에 친환경약품을 첨가해 산소에 노출되면 산화해 버리는 원리를 이용했다. 세계 최초이다.'팝'하고 나타났다,'팝'하고 사라진다고 'POP DVD'이다.

■ 우선은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애써 대여점에 가서 DVD를 빌리고, 귀찮게 정해진 날짜에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10년 전 3만 곳에서 이제는 1,800곳으로 줄어든 대여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연체료 걱정도 없다. 보고 나서는 재활용 수거함에 버리면 된다. 최신 영화를 인터넷에서 합법적으로 다운받는 비용이나 길거리 불법복제품 가격과 비슷하거나 싸다. 컴퓨터는 물론 집에서 잠자고 있는 홈 시어터나 DVD 플레이어로 고화질, 고음질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틀 동안은 몇 번이고 반복 감상도 가능하다. 바야흐로 DVD도 1회용 시대다.

■ POP DVD가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 5월. 편의점 등에서 소리소문 없이 월 5억원씩 팔리고 있단다. 판매 금액의 20%(1장 500원)는 영화제작사와 투자사의 몫이다. 이 별난 물건이 무너진 비디오ㆍDVD 시장의 대안이 될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전국 지하철역과 극장, 편의점, 쇼핑몰 2만여 곳에 자판기가 설치되면 연간 800억원에 이르는 불법 DVD시장이 사라질 것은 분명하다. 올해도 부산영화제에 스타들이 모여'굿 다운로더'캠페인을 벌였다. 이런 노력과 아이디어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영화 부가판권시장을 살려야 한국영화도 산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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