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안양옥 회장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교원 및 교원단체의 정치활동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총선과 대선에서 특정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지지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요구 자체가 이미 적극적 정치행위로서 교육의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제31조)을 스스로 뒤엎는 모습이며, 교총의 존재 및 설립 이유와 어긋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안 회장은 스스로 다소 무리가 있음을 시인하면서도 추락한 교권을 확립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인과 경제학자 출신들이 교육전문가를 자처하며 학교현장과 동떨어진 주장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교총이 본격적으로 정치적 세력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수긍할 만한 대목도 없지 않으나 18만 여명의 '선의의 교원'을 대표한다는 교총으로서 방향을 잘못 잡았고 앞뒤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교권 확립이야말로 안 회장이 가장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학교현장에서 뿌리 내리고 튼튼히 자리잡아야 할 문제다. 최근 이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현장의 부정부패와 폭행시비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를 정치적으로 힘이 약해서 당하는 일이니 정치세력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여긴다면 크게 잘못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교원의 정치활동 금지 규정은 현장교육의 편파성을 경계하기 위함인데 교총의 주장대로라면 새로운 정치적 편파성을 지향하겠다는 것이어서 수용하기 어렵다.
교총 내부에서도 헌법 조항과 헌재 결정(교원 정치활동금지 합헌) 등을 근거로 신중론이 우세한 만큼 안 회장의 선언이 전교조와 같은 새로운 정치단체의 출발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다만 정부의 과도한 교육개혁에 대한 불신, 교육자치제 폐지를 주장하는 지자체협의회 결정에 대한 불만 등이 교육현장에 넓게 퍼져 안 회장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가 안 회장의 주장을 지나치게 폄하하여 허세 부리기 정도로 무시만 하는 것은 유감이다. 교육현장의 소중한 목소리는 경청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