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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광부 69일만에 기적의 생환/ 33인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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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광부 69일만에 기적의 생환/ 33인의 앞날은…

입력
2010.10.1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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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들의 귀환'이다.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전원 생존한 33명 광부들은 지상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극적인 인생역전을 맞게 된다. 제일 먼저 그들을 맞은 것은 눈부신 카메라 플래시와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었다. 69일 간의 지옥체험은 광부들을 전세계적 스타로 만들었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세계 언론들은 거액을 제시하며 인터뷰를 요청하고 있고, 여기저기서 일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달 광부들의 가족 27명이 광산 소유주를 상대로 제기한 1,000만달러의 소송이 일단 초미의 관심사다. 승소할 경우 엄청난 돈을 손에 쥐게 된다. 칠레 광산재벌이자 자선사업가인 레오나르도 파르카스가 1인당 500만페소(약 1,160만원)의 수표를 가족들에게 지급하는 등 그 동안 모인 성금과 기부금도 상당하다. 광부들의 월급은 80만페소에서 100만페소로, 우리 돈으로 약 200만원 남짓이었다.

19세에서 63세에 이르는 광부들은 새 직장에서 제2의 삶을 계획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이자 각종 광물들의 보고인 칠레의 광산산업 조언자 자리부터 전혀 관련 없는 분야까지 다양한 일자리가 최종 서명만을 기다리고 있다. 33인 중 유일하게 국적이 다른 볼리비아 광부 카를로스 마마니(23)도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으로부터 집과 직업제공을 약속을 받았다.

다큐멘터리 제작, 영화, 책 등 광부들의 이야기도 곧바로 수익으로 직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판권매매 사이트 TV필름라이츠의 예상에 따르면 판권이 최고 5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부들뿐 아니라 가족들의 독점인터뷰에 2만달러까지 제시됐다. 한편 광부들은 언론노출에 대비해 이미 지하에서 6차례에 걸쳐 언론대응 교육을 받기도 했는데, 모의 인터뷰를 통해 표정과 손짓 등 표현까지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공표할 내용과 비밀로 남길 것을 서로 합의, 차후 공증을 통해 문서화하기로 하는 등 대응책도 단단히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달라진 생활로 받을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리적인 건강뿐 아니라 극심한 스트레스 등 정신적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3~4명의 광부는 지하에서 외부로 중계되는 카메라에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리는 등 심한 공황상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칠레 가톨릭대학 엔리케 치아 교수는 "극한 경험을 통해 일부는 더 강해지겠지만 일부는 쇠약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출된 광부 대부분이 건강한 편이었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땀범벅이 되는 평균 기온 32도의 습하고 더운 지하 생활 떄문에 피부병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두달 넘게 제대로 이를 닦지 못해 몇몇은 심각한 치아질환을 호소했다. 칠헤 정부는 이들을 의료시설로 옮기고 정밀 건강진단을 하는 한편 앞으로 6개월 간 광부들의 안정을 위한 심리치료 등 지원할 계획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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