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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군을 아껴야 한다

입력
2010.10.1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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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군이 아픔과 고난을 겪고 있다. 경위가 어떻든 안보 에 허점을 보인 것은 사실이고, 이것이 군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군은 적의 도발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렬하게 반성하고 전투대비태세를 가다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엄한 질책과 충고를 넘어서는 무분별한 비난이 쏟아지면서 군 장병의 사기는 떨어지고 피로감은 누적돼 한계에 이르고 있다. 천안함의 상처와 혁신의 진통을 감당하기도 벅찬 마당에, 군 내부의 크고 작은 잘못과 의혹을 실체 이상으로 부풀려 함부로 비난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군이 총체적으로 기강이 풀리고 나태하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비치는 현실이 군 장병을 더욱 힘들고 지치게 한다.

이를테면,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장군의 아들'들이 보직이나 해외 파병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신병 훈련을 마친 병사들은 희망하는 가족이 입회한 가운데 컴퓨터 추첨을 통해 배치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무턱대고 의혹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해외파병 선발은 더욱 공정성을 기하고 있다. 몇 년 전, 이라크 파병 자이툰 부대 사단장의 아들이 파병을 지원했다 탈락할 정도로 선발과정은 투명하다. 해외 파병 장성 아들의 80%가 비전투병이라는 지적도 파병부대가 특전사 중심의 상비 전투체제로 운용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천안함 사태에 대응해 7~8월 실시한 한미 연합해상훈련 당시 군 장성의 3분의 1이 휴가를 떠난 것을 나무라는 이도 많다. "군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자체가 과장된 것은 물론이고, 전시에도 지휘관을 비롯한 장병에게 전쟁의 극단적 긴장과 피로를 풀고 전투태세를 다지도록 휴가를 준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군 개혁과 관련해서도 사회적 논란이 많다. 예를 들어 지난 정부에서 결정한 병(兵) 복무기간 단축은 그 뜻은 이해하지만 군의 어려움은 돌보지 않은 문제가 있다. 과거 육군 24개월이던 의무복무 기간을 18개월로 줄이면 병역자원 확보가 어렵다. 숙련된 병사들이 조기 제대하는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병역자원 부족으로 자질이 떨어지는 이들까지 징집해 '문제병사'를 관리하는 부담이 커진다. 또 사병보다 복무기간이 긴 초급 장교를 확보하기가 힘들다. 이미 단기복무장교 지원이 크게 줄고 있어 군의 근간을 이루는 초급지휘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녕을 책임진 군의 잘못을 지적하고 꾸짖어 방비를 단단히 할 것을 주문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엄격하면서도 공정하고,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관심이 바탕이 돼야 한다. 맹목적 비난과 음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에서 천안함 사건의 책임을 북한이 아닌 군에 돌리기 위해 악의적으로 군을 혐오스러운 집단으로 몰아가는 기미도 엿보인다.

국민의 군대에 대한 평가와 비판은 엄중하면서도 너그러워야 한다. 안보와 국방에 관한 큰 틀의 논의와 고민은 게을리한 채, 군 조직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일상적이고 세세한 잘못을 빌미로 군 자체를 불신의 대상으로 몰고 가는 것은 국가와 사회, 국민 모두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어려운 여건을 딛고 묵묵히 임무에 충실한 대다수 장병의 사기를 돌보고 북돋아주어야 한다. 이는 값비싼 첨단무기와 장비를 갖추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장병의 마음, 군심(軍心)을 다치고 지치게 해서는 안된다. 군을 아껴야 한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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