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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행복전도사 삶의 의지 꺾은 루푸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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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행복전도사 삶의 의지 꺾은 루푸스는…

입력
2010.10.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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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전도사’로 통하던 최윤희씨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평소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라며 긍정의 힘을 역설하던 최씨였기에 그의 자살은 충격을 더했다. 그는 유서에서 자살 이유를 ‘전신 홍반성 낭창’(루푸스)과 세균성 폐렴으로 인한 고통을 견딜 힘이 없어’라고 밝혔다. 루푸스가 뭐기에 매일 웃으며 살자던 행복전도사의 삶의 의지마저 꺾어버렸을까?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루푸스(Lupus)는 라틴어로 ‘늑대’라는 뜻이다. 루푸스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 가운데 하나인 홍반(붉은 점)의 모양이 마치 늑대에게 물린 상처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루푸스는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몸 속 항체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이 병이 무서운 것은 원인이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한번 공격을 시작하면 끝 없이 이어진다는 데 있다.

루푸스는 ‘천의 얼굴을 가진 병’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증상이 매우 다양하다. 관절이 아프고 쑤시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호흡이 곤란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근육과 신경조직, 폐, 신장, 심장 등 몸의 구석구석을 공격한다. 하지만 비교적 초기에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피로다. 별 이유없이 나른하고 피곤하며, 열이 나고 몸무게가 줄어든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쑤시고 부어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얼굴과 팔, 다리에 나비 모양의 홍반이 생기고 호흡이 곤란하며, 가슴이 아프기도 한다.

이밖에 몸의 어느 부분을 공격하느냐에 따라 온 몸에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증세가 심하면 최윤희씨 말대로 700가지가 넘는 고통이 온몸을 집어 삼키는 듯한 느낌에 시달릴 수도 있다. 게다가 루푸스는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질환이다 보니 오랫동안 병을 앓다 보면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

보통 2,000명당 한 명꼴로 발생하며 남성보다 여성의 발병률이 8~10배 가량 높다. 특히 15~30세 가임기 여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국내에는 2만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다. 유전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지금까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루푸스 환자의 가족 중 루푸스 환자가 있거나 향후 발병할 확률은 10% 정도며, 루푸스를 앓고 있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에서 루푸스가 발병하는 확률은 5% 안팎이다. 이수곤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유전이 한 요인이 될 수는 있으나 주요 위험요소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유전 외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약물, 화학물질, 자외선, 과로와 스트레스 등이 위험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보아,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어느 정도 발병에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루푸스, 희망은 있다

이번 최씨의 사망 소식에 가장 가슴 아파했을 사람들은 아마 루푸스 환자들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루푸스 발병을 알게 됐을 때 환자가 겪을 심리적 충격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루푸스는 천의 얼굴을 가진 질병이기 때문에 개인별로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양상도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얼마든지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다. 배상철 한양대 류마티스병원장은 “요즘은 루푸스를 조기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약이 많이 개발됐기 때문에 조기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는 환자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비교적 증세가 가벼운 경우에는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를 사용한다. 스테로이드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지만 부작용이 적다. 간혹 위장장애가 생길 수 있지만 식사 때 함께 복용하거나 보조 위장약을 복용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증세가 좀 더 심각해지면 스테로이드 약물을 쓰게 된다.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억제하고 통증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장기간 복용할 경우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중증 루푸스 환자에게는 꼭 필요한 약이다. 피부나 관절에 증상이 나타나면 말라리아 치료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시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약을 먹기 전에 안과 검사를 받고, 5개월~1년 간격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강력한 스테로이드로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면역억제제를 쓰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빈혈, 백혈구 감소, 불임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루푸스가 난치병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꾸준히 치료해 병마를 이겨내고 활기차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루푸스에 걸린 뒤 환우회를 조직해 적극적으로 병을 치료한 방송인 정미홍씨는 병을 이겨내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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