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첨단의료를 달린다] 서울성모병원 <4> 안구건조증 맞춤치료하는 '건성안 클리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첨단의료를 달린다] 서울성모병원 <4> 안구건조증 맞춤치료하는 '건성안 클리닉'

입력
2010.10.13 12:02
0 0

김복순(55ㆍ여)씨는 5년 전 유방암으로 유방절제술을 받고 몇 차례 항암치료를 받고 난 뒤부터 눈이 뻑뻑하고 시리며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동네 안과에서 수 차례 인공눈물을 처방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눈시림과 통증이 점점 악화돼 눈을 뜨기도 어려워져,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 서울성모병원 안센터 ‘건성안 클리닉’을 찾았다. 검사 결과, 김씨는 항암제 영향으로 양쪽 눈에 눈물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 심각한 안구건조증에다가 사상각막염까지 겹쳤다고 했다. 의료진은 김씨의 각막표면 상피를 제거하고 자가혈청 인공눈물로 각막 상피를 재생한 뒤, 저농도 스테로이드 인공눈물로 염증을 조절하는 ‘맞춤형 안구건조증 치료’를 시행했고, 덕분에 김씨의 눈 상태는 크게 호전됐다.

한해 150만명 이상의 안구건조증 환자 발생해

눈물은 눈을 적셔주고 눈에 들어온 이물질을 제거하는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눈꺼풀과 안구가 마찰 없이 자연스럽게 맞닿을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도 한다. 따라서 눈물이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증발하는 안구건조증이 생기면 눈이 뻑뻑하고 시리며 모래알이 들어간 것처럼 이물감이 느껴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2008년)에 따르면, 안구건조증은 우리나라에서 한해 153만명이 치료를 받는 ‘국민질환’이다. 환자 수도 2002년에 비해 2.03배나 늘어나 연평균 12.5%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여성환자가 104만명으로 남성 환자 47만명보다 2.2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천기 서울성모병원 안센터장은 “과도한 컴퓨터 사용과 콘택트렌즈 착용 증가, 지나친 눈 화장, 라식ㆍ라섹 수술 등으로 최근 몇 년 새 안구건조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크게 늘었다”며 “특히 폐경으로 인한 여성 호르몬 부족 등으로 여성 환자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안구건조증 환자 중에는 평소에는 안구가 가문 논바닥처럼 바짝 말라 있다가도 자극을 받으면 눈물을 줄줄 흘리는 경우가 있다. 또한 본인은 안구건조증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검사를 받으면 눈물 분비량이 정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눈이 뻑뻑하고 이물감이 느껴진다고 무작정 인공눈물을 넣는 것은 좋지 않다.

과거에는 안구건조증을 치료하려면 인공눈물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눈물의 성분 변화와 안구 표면의 염증성 변화, 호르몬 변화, 면역질환 동반 여부 등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정도로 다양한 치료법이 나오고 있다.

최첨단 기기로 증상 파악해 맞춤 치료

서울성모병원 안센터 건성안 클리닉은 눈물량 측정, 안구 표면 손상 및 염증 여부, 눈물 성분 변화, 관련 동반 질환 여부 등 4단계 과정을 거쳐 안구 건조의 원인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우선 눈물량이 충분한지 알아보는 1단계에서는 리트머스 종이를 이용한 쉬르머 눈물 분비량 검사를 하고, 눈물이 얼마나 빨리 마르는지 확인하는 눈물량 파괴 시간 검사를 실시한다.

2단계에서는 안구표면이 손상되거나 염증이 생기지 않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안구에 염색 시약을 넣고 각결막 염색검사를 한 다음, 안구 표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염증물질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안구표면 압흔 세포진 검사를 한다. 안구표면 압흔 세포진 검사는 미세한 구멍이 많은 흡착 종이(바이오포어)를 안구 표면에 살짝 갖다대 채취한 후, 안구 표면의 손상 여부와 염증물질을 알아보는 최신 검사다.

3단계에서는 ‘눈물 면역 표지자 검출 검사’를 통해 눈물의 구성성분이 어떻게 바뀌었고, 염증물질이 어느 정도 늘어났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안구건조증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질환이 있는지 확인한다. 눈물샘 기능이 떨어져 눈물 분비량이 줄어드는 안구건조증이라고 해도 혈액검사는 받아야 한다. 혹시 류마티스질환, 쇼그렌증후군(인체 밖으로 액체를 분비하는 외분비샘에 림프구가 스며들어 침과 눈물 분비가 줄어드는 만성 자가면역질환) 등 자가면역체계 이상으로 안구건조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폐경기 여성이라면 여성 호르몬 부족이 아닌지도 검사해 봐야 한다.

이외에도 검사해야 할 항목들이 몇 가지 있다. 눈물이 흐르는 층은 가장 안쪽의 점액층과 중간 수성층, 가장 바깥쪽(공기와 직접 만나는 부분)의 지방층으로 구성돼 있다. 이 지방층이 없는 안구건조증 환자는 눈물이 빨리 마르는 것을 막아주는 마이봄샘이라는 기관이 제 기능을 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건성안 클리닉에서는 적외선 필터를 이용한 적외선 마이봄샘을 촬영해 그 소실 정도를 확인하고 있다. 치료가 끝난 후에는 ‘눈물 오스몰 농도(용액 1리터에 함유된 용질의 이온화수) 측정검사’를 통해 안구건조증의 치료 경과도 확인한다.

인공눈물만 주입하다간 오히려 증세 악화

이처럼 다양한 검사를 거쳐 안구 표면이 손상되지 않고, 질환이 동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눈물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인공눈물만으로도 대부분의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런데 불행히도 안구건조증은 대부분 안구 표면 손상과 염증이 동반된다. 이럴 때에는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과 스테로이드 인공눈물로 안구 표면의 염증을 치료해야 한다. 안구 표면이 심하게 손상되었다면 자가 혈청 인공눈물과 치료용 콘택트 렌즈를 사용한다. 또는 눈물이 흘러나오는 통로 입구를 막아 눈물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는 눈물점 폐쇄 같은 간단한 수술을 하거나, 바람을 직접적으로 피할 수 있는 보안안경을 착용하는 등 추가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주천기 교수는 “안구건조증은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치료의 관건”이라며 “만성 염증이 있는 줄 모른 채, 눈이 쉽게 피로하고 자주 뻑뻑할 때마다 인공눈물을 넣으면 오히려 증세만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벼운 안구건조증은 생활습관에만 조금 신경을 써도 증세를 완화할 수 있다. 주 교수는 “안구건조증을 예방하고 관리하려면 냉난방 시 충분한 습도를 유지하고, 장시간 독서를 하거나 컴퓨터를 사용할 때에는 눈을 자주 깜박이고 잠시라도 눈을 지긋이 감아 눈물을 적셔주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