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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자살 바이러스'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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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자살 바이러스' 막으려면

입력
2010.10.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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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전도사’를 자처하던 한 유명인사가 남편과 동반 자살했다는 소식에 참담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평소 고인의 강의내용에는 현실적인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실낱같은 희망과 삶의 의미를 놓치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과 자세로 험한 인생 항로를 헤쳐 나갔던 삶의 경험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역경을 헤쳐왔던 행복전도사를 자살로 내몰았을까? 물론 한 개인의 비극을 일반화해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비약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자살문제는 이제 더 이상 가볍게 볼 수 없는 중요한 사회문제다. 실제 자살률은 매년 치솟고, 최근 10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현실을 직시하면 자살은 늘었고, 특히 노인 인구집단에서 더 그렇다. 지역적으로는 강원과 충남, 충북에서 자살률이 높다.

자살은 매우 복잡한 개인과 사회문제의 최종 결과이다. 그리고 자살과 동반되는 중요 정신장애는 우울증이다. 이런 확인된 사실을 놓고 보면 최근 10년 동안의 급격한 사회변화가 자살을 늘렸다. 급격한 사회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노인 계층이 자살문제에 취약했으며, 수도권 주변부가 극심한 사회변동의 여파로 기존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해석이 가능하다.

1990년대 말 경제위기 이후 지역과 개인의 격차는 더 커졌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기란 참 어렵다. 그러므로 사전에 경제정책이나 문화정책에서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우선하는 기본 구도가 갖춰져야 한다. 각 개인의 경제수준 차가 클수록 국가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며 이는 사후의 보건복지정책으로 완전히 보완할 수 없다.

능력이 없어 경쟁에 뒤쳐지고 늙고 병든 사람은 사회에서 탈락해야 하는가? 특히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시대에 노인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 그들도 한때는 사회의 역량 있는 일꾼이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노인이 된다. 핵가족 시대에서 고비용의 부동산과 교육 부담으로 방치된 농촌의 소외된 노인은 고독과 병마로 시름하다 농약병을 손에 들어야 했다. 유명한 방송인도 나이 들고 만성질환으로 통증이 심해져 자신에게 더 이상의 작은 희망의 실마리도 발견하지 못하자 죽음을 택하고야 말았다. 소득이 늘고 수출이 잘 돼야 잘 사는 것인가? 한편에서는 첨단 스마트폰 광고가 난무하는데 다른 쪽에선 희망을 잃은 사람이 인터넷에 모여 자살을 궁리하고 있다.

더불어 같이 살자. 물론 문제의 표적 대상이 되는 실제 자살행동과 우울증에 대한 체계화된 보건정책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런 보건사업은 인내를 가지고 오래 수행해야 성과가 나온다. 자살에 대한 예방, 인식개선, 위기개입, 사후관리에서 우울증의 치료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보건정책이 수립되고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이제 더 이상 유명인사도 일반국민도 시골노인도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자살로 잃었다는 소리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기선완 인천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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