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점심시간을 놓쳐 오랜만에 단골 토스트 가게를 찾았더니 양배추 토스트가 메뉴에서 빡빡 지워져 있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양배추 값이 올라 토스트를 만들어 팔 수 없다고 한다. 그 집 토스트는 수북하게 넣어주는 양배추 때문에 인기였다.
배추 값이 오를 때 양배추 값도 올랐는데 청와대에서 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를 먹는다는 보도에 양배추 값이 더 올라 그렇다며, 볼멘 표정의 주인은 길쭉한 소시지 구이나 하나 먹고 가라고 한다. 40년도 더 지난 일이다. 미국에 갔다 온 분의 자랑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분의 견문 중에 '미국은 채소가 고기보다 비싸더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어떻게 채소가 고기보다 비싸지? 매일 같이 채소반찬뿐인 밥상에서 반찬투정을 하며 밥을 먹고 일년에 겨우 한두 번 고기반찬을 먹었던 어린 나에게 미국은 동화책에서 읽었던 앨리스가 빠진 토끼 굴처럼 '이상한 나라'로 생각됐다. 최근 배추 파동을 보며 우리 경제가 건강한 경제인지 궁금해진다.
고깃집에서 야채를 좀 더 달라고 하니 주인 왈, 비싼 야채는 더 드리지 못하니 차라리 고기를 좀더 드리겠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우스개 소리가 아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꿈꾸는 대한민국이 배추 값에 휘청거리는 현실이다. 고기를 야채에 쌈 싸먹는 것이 아니라 고기에 야채를 싸먹는 나라, 이 나라도 이미 이상한 나라가 되어버린 것인가?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