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대북 쌀 지원 문제가 논란이 되는 이유에 대해 “정치적 사안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급증하는 쌀 재고, 군량미 전용 가능성 등 각종 정치 논리가 끼어들다 보니 정작 쌀 지원의 기본 원칙이 돼야 할 ‘인도주의’는 실종됐다는 얘기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쌀과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며 “대북 쌀 지원은 이산가족 상봉과 국군포로ㆍ납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지렛대”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북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문제 등은 쌀 지원과 마찬가지로 인도주의 범주에 묶여 있어 남북 모두 명분을 갖추기에 충분한 협상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우려하는 분배 투명성이 문제라면 투명성 조사 요구에 대한 북한의 수용 정도와 연계해 지원 물량을 조절하면 된다”며 “국제기구나 비정부기구(NGO)에 위탁해 사후 검증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대북 지원 재개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수해라는 돌발 상황이 단초가 됐지만 일단 북한에 다시 쌀을 보내기로 한 만큼 단계적 지원 의사를 타진하며 북한의 태도 변화 여부를 탐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식량난 해결이 다급한 북한 지도부의 고민과 대북 쌀 지원이 강력한 고리로 엮인다며 앞으로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북 소식통은 “최근 미국은 북미 양자대화나 북핵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부쩍 강조하는 분위기”라며 “정부가 천안함 사태에 얽매일 경우 이제 막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한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쌀 지원이라는 용어를 포괄적인 개념인 ‘식량’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이 북한 주민을 정말 돕고자 한다면 밀, 옥수수 등과 같은 대체재를 굳이 지원 품목에서 배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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