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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밥그릇은 잘 챙기면서 본업 소홀한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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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밥그릇은 잘 챙기면서 본업 소홀한 금감원

입력
2010.10.1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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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지난해 5월 신한은행 정기검사에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정황을 발견하고도 묵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그 시점은 검찰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수사과정에서 라 회장과의 수상한 자금거래를 찾아낸 때였다. 금감원이 당시 라 회장 의혹을 엄정하게 조사했으면 신한금융그룹이 지금처럼 만신창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금감원은 퇴직 간부들의 밥그릇을 챙겨주는 데 민첩하기로 소문나 있다. 그런데 정작 본업은 이처럼 허술하게 처리했다니, 그 이유와 책임은 꼭 따져야 한다.

엊그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신한은행 검사를 맡았던 금감원 관계자는 "2007년 라 회장에게서 박 회장에게 건너간 38억원이 차명계좌에서 나온 돈이라는 정황을 발견하고 상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원본서류가 검찰에 압수된 상태였고 신한 측도 확인서 작성을 거부해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피해갔다. 김종창 금감원장 역시 "당시 담당 국장과 본부장에게서 '차명계좌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나 검찰이 수사 중이어서 제대로 확인 못했다'는 보고만 받았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불법ㆍ부당 사례를 감시해 금융질서를 바로잡고 금융건전성을 강화하는 일이 본령인 금감원이 명백한 위법 정황을 발견하고도 1년 이상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검찰 수사 핑계를 대지만, 압수된 자료에 대한 협조요청 한 번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올해 초 라 회장의 네 번째 연임이 결정되는 과정에서도 금감원은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았다.

금감원이 언제부터 금융기관에 이렇게 관대했는지 알 수 없다. 금감원 국장 출신인 신한은행 감사의 역할이 새삼 주목되는 것은 이 대목에서다. 최근 국정감사에선 지난 5년간 금감원 2급 이상 고위직 퇴직자 88명 중 무려 82명이 금융기관 감사로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전문성'을 내세워 이들의 재취업을 옹호해왔지만 신한은행 사례는 명백한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다. 뒤늦게 라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통보했지만 원님 행차 뒤 나발이다. 라 회장의 언행이 그걸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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