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밍량(蔡明亮ㆍ54)은 대만을 대표하는 예술영화 감독이다. 1994년 ‘애정만세’로 베니스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2005년 ‘흔들리는 구름’으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받았다. 상식과 금기에 도전하는 표현방식으로 현대인의 고독을 스크린에 구현해내는 것으로 평가 받는 그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수여하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이다.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부산영화제는 항상 별난 내 작품에 관심을 보여왔다. 수상으로 굉장히 따스하고 포근한 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이 시대 과연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긴 강의를 듣는 듯했다. 진지한 그의 말에 예술감독으로서의 정체성 고민이 엿보였다.
차이밍량은 “영화의 매력은 사람에게 생각의 여지를 주고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켜 주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영화는 참 재미도 없고 가치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공산품 같은 영화가 나오는 것 자체가 인류를 오염시킨다. 영화 없는 곳이 행복한 장소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일갈했다. “현재 영화는 돈의 흐름에만 맞춰가고 관객이 얼마나 들었느냐에 따라 영화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내가 영화를 시작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고도 말했다. 그는 결국 “사람의 미래가 결국 영화의 미래”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돈벌이에 급급한 사람들의 행태가 변하지 않는 이상 예술 창작도 돈의 흐름에 끌려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차이밍량은 “난 시장의 흐름을 거슬러 영화를 만들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20년 동안 비주류영화를 만들어 온 그이기에 생계 해결이 궁금했다. 그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난 지금까지 내가 먼저 손을 벌려 영화를 만든 적이 없다. 영화를 사랑하는 프랑스와 일본의 투자자가 영화제작을 지원해줬다”고 설명했다. 그의 독특한 배급 방식도 생계에 도움을 주는 듯 했다. 그는 “최근작 ‘얼굴’은 내가 직접 필름 프린트와 영사기를 들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상영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개봉해선 오래 극장에 머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술영화가 살아남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얼굴’은 아예 TV 판권을 팔지도 않았고, DVD출시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내 단편영화 ‘이것은 꿈이다’가 올해 10만 달러에 타이페이현대미술관에 팔렸다”며 “영화가 예술작품으로 인정 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얼굴’은 DVD로 딱 10장을 만들어 한 장당 3만 달러에 팔고 있습니다. 제 영화를 무척 사랑하는 세 분이 예약을 했습니다. 이런 방식이면 예술가로서 감독의 존엄성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부산=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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