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광부들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감동의 순간을 보도하기 위해 산호세 광산에 몰려든 취재진은 2,000명에 달했다. 지하에 갇힌 33명 구조에 쏠린 언론의 관심은 지난 2월 규모 8.8의 강진이 칠레 남부를 휩쓴 때보다 훨씬 뜨거웠다. 언론의 보도열기 때문에 칠레 정부가 더 구조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13일(현지시간) 구출이 시작되자 취재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미 CNN 등 세계유수의 방송사들이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구출 장면을 생중계했다. 광부들의 가족들은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그래서 아예 구조현장에 가지 않고 임시로 만든 광부 가족들의 텐트촌 ‘희망캠프’에 머무르는 편을 택하기도 했다.
특히 최초 구조자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의 가족들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안전 문제로 구조지점에서 100m쯤 떨어지도록 요청 받은 기자들은 동료들에게 뒤질세라 희망캠프에 머물고 있는 아발로스(31)의 가족들을 찾았다. 아발로스가 지상으로 나와 아내와 아들을 포옹하는 감동의 순간, 희망캠프에 남아있던 아발로스의 부모는 충분히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아발로스의 부모가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려던 상황에서 과열 취재경쟁에 따른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기자들은 남보다 먼저 아발로스의 부모에 접근하려고 서로 밀치고 머리를 잡아당기면서 앞으로 전진했고, 그 와중에서 주먹다툼이 일어 일부가 바닥에 나가떨어지기까지 했다. AFP 통신은 기자들에게 떠밀린 아발로스의 어머니도 격분해 주먹으로 한 기자를 때렸다고 전했다. 가구가 쓰러지고 집기가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기도 하다가 결국 간이텐트마저 넘어가 버렸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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