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세 광산 사고 17일째인 8월 22일. 광부 33인의 생존이 확인된 기쁨도 잠시 칠레정부는 구조까지 4개월이 걸려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나 지상으로 구출이 가능하다고 발표해 국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지하 622m 밑 광부 구조를 위해 수직의 구조갱도를 뚫는 일이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전문가들도 전례가 없다며 고개를 내저은 구조작업은 그러나 7주 만에 마무리됐다. 적용된 새 기술이 효과를 낸 데다 운도 따른 덕분이었다.
칠레 정부는 플랜 A,B,C로 불리는 3개의 수직갱도를 별도로 뚫는 작업을 거의 동시에 진행했다. 이중 먼저 광부들이 있는 곳까지 도달한 것은 플랜B였다. 단순히 드릴이 회전해 땅밑을 파는 플랜A,C와 달리 플랜B는 하향공 망치들이 서로 회전하며 바위를 부수는 이동용 공기압축 착암기를 사용했다. 이 장비를 제공한 미국 회사 센터록은 "당초 칠레 당국이 이 기술을 이해하지 못해, 로비까지 벌여야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사고지대가 견고한 화산암 층이어서 착암기 사용에 적합했고, 광산 지하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하에서 물이나 진흙 층이 발견됐다면 작업은 길어졌을 것이란 얘기다. 플랜B 팀은 먼저 작은 시험갱도를 뚫은 뒤 그 직경을 0.3m, 0.71m로 차츰 넓혀 광부를 옮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플랜B가 갱도확보에 성공하자, 광부들을 끌어올린 구조캡슐 제조와 33인을 안전하게 지상으로 안내하기 위한 조치 등이 5단계로 나눠 마련됐다. 1단계는 구조 캡슐 '불사조'를 움직일 도르래와 권양기를 고정시키는 일이었다. 이 작업이 끝나면서 11일 불사조는 54톤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강철 케이블에 매달려 구조갱도에 설치됐다.
2단계는 광부를 태운 불사조가 지하에 머물 때 일어날 지 모를 사태에 대비하는 조치였다. 미 항공우주국(나사ㆍNASA)의 두 공학자가 설계한 높이 4.3m의 캡슐은 웬만한 압력에 견딜 수 있도록 제조됐다. 특히 상부와 하부에 바퀴를 달아 추락할 경우 충격을 줄여 캡슐 안 광부를 보호하도록 했다.
3단계는 광부들이 장기간 지하생활을 한 데 따른 후유증을 우려해 신체와 정신상태를 점검하는 수순이다. 이를 위해 구출된 광부들은 잠시 가족과 기쁨을 나눈 뒤 별도의 장소에 48시간 격리돼 진단 받도록 했다.
4단계는 지상생활을 위한 광부들의 신체적응 과정을 위한 것인데, 구조에 앞서 일부 조치가 취해졌다. 갑작스런 기압변화에 따른 혈압저하 등을 예방하기 위해 불사조 탑승 전 아스피린을 처방하고, 구조 8시간 전부터 금식을 하도록 했다. 또 구호복에는 외부에서 신체리듬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장치를 달았으며, 캡슐 안에 산소공급기와 전화기도 설치했다. 지상의 갑작스런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450달러짜리 선글라스를 33인에게 지급하는 세심한 조치도 취해졌다.
마지막 5단계는 구조 순서를 정하는 것이었다. 먼저 건강한 4인을 올려 보내 신체상태를 체크한 뒤 병약자 10명을 구출한다는 계획이 정해졌는데, 13일 그대로 시행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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