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칠레 광부, 지하의 삶 어땠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칠레 광부, 지하의 삶 어땠나

입력
2010.10.13 07:23
0 0

매몰된 지 69일.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장기간의 고립이었지만 칠레 광부 33명은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구조에 대비했다. 광산의 중간 갱도가 붕괴된 지 17일 만에 생존사실을 확인한 지상에서도 이들의 희망이 헛되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철저한 구조계획을 세웠다. 이들의 생환을 가능케 한 지상과 갱도 내의 유기적인 협업을 하루 일과를 통해 살펴봤다.

광부 33명은 하루 3교대로 나눠 절도 있는 생활을 유지했다. 낮조는 오전 8시~오후 4시, 저녁조는 오후 4시~자정, 밤조는 자정~오전 8시를 활동 시간으로 정했으며, 조별로 반장을 지정했다.

낮조의 활동이 시작되기 15분 전인 오전 7시 45분께 지상과 연결된 지름 8㎝의 시추공을 통해 아침식사가 내려온다. 단백질을 함유한 쉐이크와 이따금 샌드위치로 구성된 아침식사는 2.5m 길이의 금속실린더에 실려 '탯줄'이라 부르는 시추공을 통해 배달됐다. 이들이 '통신비둘기'라 부르는 실린더는 음식과 식수, 옷은 물론 지상의 가족들과 소통하는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다. 지상 구조대는 통신비둘기를 통해 정기적으로 식사와 간식을 내려 보냈다.

낮조 업무는 피신처와 갱도를 잇는 터널을 지나면서 지상 의료단이 보내 주는 산소의 농도가 18~22도로 유지되는지를 살펴본다. 광부들의 건강 체크를 하는 것도 주요 업무다. 지난 금요일부터 낮조는 피신처로부터 220m 떨어진 곳에 구조터널을 뚫으면서 떨어진 돌과 잔해들을 치웠다.

오후 4시부터는 휴식시간이다. 카드게임을 하거나 음악 듣기, 영화 감상 등으로 휴식을 취했고, 이 시간을 할애해 지상의 가족들에게 편지도 썼다. 운동도 끊이지 않았다. 지상에서는 트레이너가 대기하면서 운동 일정을 관리했다. 이들의 건강을 관리한 의료진에게 흡연자 14명은 골치였다. 의료진은 처음 니코틴 패치를 보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고, 결국 일인당 하루 11개비 저타르 담배를 제한적으로 제공했다. 대신 비흡연자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흡연실을 멀리 떨어진 곳에 마련케 했다.

오후 8시께가 되면 광부들은 가족들이 보내온 뉴스와 편지를 읽으며 시간을 보냈고, 자정께 편지에 답장을 보낸 뒤 잠을 청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