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재건축ㆍ재개발 열기를 살리고 주민 재입주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SH공사가 참여하는 공영개발 방식이 자치구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선봉은 박겸수(51) 서울 강북구청장이 맡았다. 박 구청장은 취임 이후 일관되게 “이익에 집착하지 않는 SH공사가 나선다면 주민들의 재입주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박 구청장은 12일 “지금의 재건축 재개발은 원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민을 쫓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여기에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강북구를 비롯한 상당수 지역에서 민간회사들이 수지 타산을 이유로 사업을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이익을 남기기는커녕 분담금 부담이 늘어나면서 주민들도 재건축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SH공사가 나서야 하는 이유에 대해 “SH공사는 사기업이 아니라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원주민들에게 혜택을 돌려줄 수 있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100억원의 이익을 목표로 한 민간기업 대신 SH공사가 참여하면 100억원 만큼 주민들의 재입주 비용을 낮추는데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구청장은 1995년 시의원 시절 SH공사와 손잡고 수유리의 연립단지 재건축을 추진해 원주민을 100% 재입주 시킨 적이 있다.
특히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소규모 단지의 경우 SH공사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구청장은 “건물이 낡아 물이 새는 집에 사는 서민들은 그저 새 집에 살고 싶지만 단지가 작고 높이도 5층 이하로 묶여 공영개발이 아니고선 재개발이 어렵다”며 “이런 곳은 SH이 재개발ㆍ재건축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북구만 재건축ㆍ재개발이 추진 중이거나 주민들 요구로 검토 중인 곳이 60여 곳에 이르지만 대부분 소규모 단지다.
박 구청장은 “뜻을 같이 구청장들이 적지 않다”며 올해 안에 강북구를 비롯한 자치구들의 의견을 정리해 SH공사의 재건축ㆍ재개발 참여를 공론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가 마련한 공공관리제도의 기본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사기업이 아닌 SH공사가 서민들의 주택문제 해결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회의 도움을 받아 조례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민근 SH공사 사장은 이에 대해 “강북구와 같은 구상을 하는 자치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검토는 할 수 있지만 우선 사회적 여건이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공기업은 이익을 많이 남겨도, 공공성을 강조해 손해가 나도 비판을 받기 때문에 직접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SH공사가 사업 주체가 되기를 원치 않는 주민들도 있어 주민이 원할 경우 조정 역할을 하거나 개발부분에서 일정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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