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다 쓰고 사업이 망해도 다시 돌아갈 자리가 있어 좋죠."
웅진씽크빅 경영기획실 전략기획팀의 윤민옥 과장은 지난달 한 소셜커머스 업체의 사장이 됐다. 과장이 사장됐다는 말이 의아하지만 윤 과장은 엄연히 이 업체의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6월 윤 과장은 올해 들어 국내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미국의 그룹폰과 같은 소셜커머스 사업이 유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장 구체적인 사업계획으로 이어졌다. 윤 과장은 소셜커머스 사업에 대한 계획서를 사내벤처 공모에 제출해 1위로 뽑혔고 10억원의 자금과 사업 조직을 지원받게 됐다. 2개월 만에 시장조사, 마케팅전략 수립, 사이트 구축 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8월 한 달간 마지막 보완작업을 끝내고 9월 소셜커머스 사업을 오픈했다. 윤 과장은 불과 4개월만에 소셜커머스 업체인 패밀리씨이오(Family CEO)의 사장이 된 것이다. 윤 과장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다보니 매일 새벽 1, 2시까지 야근을 해도 즐겁다"며 "주인의식은 물론 성공해서 억대 연봉을 받는 기업가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웅진씽크빅이 최근 직원들의 기업가 정신을 키워주는 회사로 주목 받고 있다. 2006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남다른 혁신활동 덕분인다. 직원들은 스스로 혁신하고 창의성을 발휘, 신사업 등에 적극적인 자세로 도전하고 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서울시, 포스코, 하나카드 등 대기업, 공공기관들의 방문 문의도 끊이질 않고 있다.
웅진씽크빅 경영기획실 신사업추진TFT 박문수 차장도 사내에서 손꼽히는 혁신가로 통한다. 아이패드 등 태블릿PC용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주도하는 그는 아이패드가 미국에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직접 구입해 사용하며 신사업 구상을 구체화시키는데 열성을 보였다. 그 덕분에 웅진씽크빅은 단순히 종이책을 태블릿PC 화면에 옮기는 전자책보다는 실제 사용자의 행동에 따라 반응하는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앞서 진행하고 있다. 최근 관련업계에서는 처음으로 KT와 함께 아이패드에 들어갈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박 차장은 "스마트폰, 태블릿PC 같은 새로운 미디어에 컨텐츠를 제공하는 회사는 누가 먼저 시장에 진입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웅진씽크빅이 앞서다 보니 KT, SKT, 삼성, LG뿐만 아니라 일본 업체들까지 업무협의 문의가 밀려들고 있다"며 "지금 개발된 어플리케이션은 미국 앱스토어에 내놔도 될 만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웅진씽크빅의 이런 성과는 직원들이 함께 회사의 혁신을 고민하게 하는 활동들 덕분에 가능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직원의 10%를 현업에서 분리해 1년 동안 혁신 업무에만 몰입하도록 하는 이노오션이다. 이노오션에 선정된 직원들은 회사의 성장, 수익, 인프라 등의 영역에서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특히 이노오션은 서울시가 창의단이라는 이름으로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이노오션 그룹을 처음 제안한 최봉수 대표는 "2009년부터 3년간 매년 10%씩 전체 30%의 인력이 이노오션을 거치면 회사 전체가 창조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합리적인 사업계획을 제안하면 10억원을 지원해 사내벤처창업을 돕는 '이노밸리', 해외 신사업개척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한 달간 해외탐방을 지원하는 '브라보', 사내에 어떤 것이든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상상오션'등을 시행하며 혁신 친화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배선영 웅진씽크빅 경영혁신팀장은 "2006년부터 도요타, GE, 식스시그마 기법 등을 벤치마킹하며 조직 혁신 방법을 고민한 끝에 웅진씽크빅에 맞는 방법들을 찾아낸 결과"라며 "혁신의 성과는 직원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니 직원들이 스스로 혁신 방법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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