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8시(한국시간 13일 오전 8시)’ 칠레의 33명 매몰 광부들 구출작전이 개시된다. 지하갱도에 갇힌 지 68일 만이다.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며 감동을 안겼던 주인공들을 맞이하려 전세계 1,700여명 취재진이 칠레 북부 코피아포 인근 산호세 광산에 몰려 들었다. 라우렌세 골보르네 칠레 광업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구조캡슐 사전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본격 구조 시점을 발표했다. 애초 13일 0시에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준비가 순조로워 4시간 앞당겨졌다.
구조캡슐 시험 ‘완벽’ 자신
이날 새벽 광부들이 올라올 갱도가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한 금속관 설치 작업을 56m 아래까지 마쳤고, 구조캡슐 ‘불사조’를 지하 610m 지점까지 내리는 데 성공했다. 광부들이 머무르고 있는 피난처에서 불과 12m 위다. 골보르네 장관은 흥분한 광부들이 달려 들까 봐 끝까지 내리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캡슐이 갱도 안에서 어떤 흔들림도 없이 완벽하게 이동했다며, “낙석은 물론, 티끌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고 안전을 자신했다.
전원 구조까지 48시간이 예상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구출 순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첫 번째로는 지하에서도 하루 10㎞를 달리는 등 운동을 하며 몸을 다진 에디슨 페냐가 꼽혔다. 주목되는 마지막 타자로는 지하에서 동료들을 통제하고 리더십을 발휘한 루이스 우르수아(54)가 유력하다고 칠레 언론들이 전했다. 광부들은 서로 마지막에 나가겠다고 양보하면서 끈끈한 동료애를 보여왔다.
한편 12일 AFP통신은 구조대의 말을 빌어 “구출이 임박해지면서 광부들이 환호하는 한편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등 이중적 감정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부와 통화한 가족도 AFP에 “(안전이) 두렵기 때문에 아무도 1번 타자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며 불안감을 전했다. 광부들은 기도를 하며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다큐제작ㆍ영화ㆍ책 제의 ‘돈방석’
이미 영웅대접을 받고 있는 광부들은 구출 이후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을 회복하고 난 후에는 일단 대통령궁 방문을 비롯해, 전액 지원을 받는 그리스 휴양여행, 영국, 스페인 등 세계 각국의 초청과 인터뷰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기사화하는 상황이 순박한 광부들에게 지하에서보다 더 스트레스를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칠레 정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공황상태를 이겨낼 수 있도록 6개월 간의 심리치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금전적인 보상도 상당할 전망이다. 여기저기서 번듯한 일자리를 주겠다는 제의가 쇄도하고 있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가족들 사이에서 “첫 번째로 TV 인터뷰를 하는 광부에게 2만달러를 제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광산업체 측의 과실이 드러날 경우 어마어마한 액수의 보상도 받을 수 있다. 이미 광부 27명은 광산소유주를 상대로 1,000만달러의 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성금과 기부금도 답지하고 있다.
대형 출판사 랜덤하우스가 생존 스토리를 엮은 책을 발간하겠다고 밝혔고, 칠레뿐 아니라 스페인 TV채널 ‘안테나 3’등 세계 유수 언론들의 다큐멘터리와 영화 제작도 잇따를 예정이다.
“33인 영웅 맞자” 환영인파
환영 준비가 한창인 코피아포 시내는 33인의 얼굴과 “영웅들을 환영합니다”라고 적은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다. 가족들도 성대한 파티를 계획하며 희망에 부풀어 있다. 지역 미용사들은 나서서 광부들의 아내와 가족들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33인을 맞을 수 있도록 머리 손질을 도왔다. 광부들 구조를 진두지휘 해온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과 매몰 33인 가운데 자국민 1명이 포함된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도 현장을 찾아 감격스러운 귀환을 함께 할 계획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