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전쟁이 끝내 한국은행의 발목을 잡았다.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할 14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앞두고, 금리인상은 또다시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만약 금리동결 결정이 나올 경우 ‘지난 달에 올렸어야 했다’는 실기론(失機論)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동결 유력
최근까지만 해도 이달엔 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지난 달에 ‘예상밖의 동결’결정이 나온 만큼 이달엔 올리고 갈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확 바뀌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환율. 글로벌 환율전쟁 영향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미국 일본 등은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금리를 올릴 경우 내외 금리차를 노린 외국인자금(엔 캐리ㆍ달러 캐리 트레이드자금)이 더 몰려와 원화가치 상승(환율하락)을 부채질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실물경기도 조금씩 둔화조짐을 보이는 상황. 상장기업들의 영업이익도 3분기 들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런 참에 금리를 올려 환율이 더 떨어질 경우 수출부진과 경기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과거 추이를 분석한 결과 금리를 올리면 (채권시장을 위주로) 자본 유입이 늘어 환율이 하락하고 경상수지가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내달 열리는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도 부담스런 부분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 완화’를 추진하고 자국 통화가치의 평가절하를 유도하는 상황에서, G20 의장국인 우리나라만 금리인상정책으로 나가기는 힘들다는 것.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그 동안 계속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했는데 두 달 연속 동결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올릴 가능성이 있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환경을 생각해 한번만 더 쉬어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인상과 동결쪽 논리가 팽팽해 점치기 어렵다”면서 “물가 상승이나 시장금리 크게 내린 점을 보면 올릴 기회이기도 하지만 원화 절상 속도가 급격하고 물가는 수요 쪽 보다는 공급 부족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금통위 개최를 이틀 앞둔 12일 채권 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2% 하락하는 등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불거질 실기론
현재 금통위는 금리인상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김대식ㆍ최도성 위원과 동결쪽에 무게를 둬 강명헌ㆍ임승태 위원 등이 2대 2로 팽팽히 맞서 있는 상황. 때문에 지난 달처럼 이 달에도 한은 집행부 금통위원 2명(김중수 총재, 이주열 부총재)의 의중에 따라 결론 날 전망이다. 지난 달에는 한은 집행부가 동결 편에 섬으로써, 4대2로 금리동결 결정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리를 동결해도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번 동결로 이미 ‘실기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에도 동결하면 시장이 한은에 대한 신뢰를 크게 상실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이 ‘금리인상의 마지막 기회’란 분석도 내놓는다. 앞으로 경기는 더 둔화될 텐데 지금 올려 놓지 않으면 내달, 혹은 이 후엔 금리 올리기가 더 어렵다는 것.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리 인상을 통해 환율이 충분히 절상되면 물가도 안정되고 외자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므로 이번에라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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