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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돌 조각가 이영선씨 "수천 년의 속삭임, 그 매끈함에 푹 빠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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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돌 조각가 이영선씨 "수천 년의 속삭임, 그 매끈함에 푹 빠졌죠"

입력
2010.10.1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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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여주군 가남면 금곡리에 있는 '강돌 조각가' 이영선(51)씨의 작업장은 입구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 속에 숨어 있다. 그나마 작업장 어귀에 금곡대장군과 금곡여장군, 작은 나무 우편함과 돌로 만든 솟대가 있어 '사람이 사는 구나' 하고 짐작할 정도다. 이씨는 "작품 활동에 전념하려고 일부러 이정표를 세우지 않았는데 나를 잊지 않은 지인들이 너무 많은 불편을 겪더라"며 이정표를 세운 사연을 전했다.

일반 석조각가들이 화강암을 주 재료로 사용하는데 반해 이씨는 '강돌'로 조각을 한다. 그 중에서도 남한강에서 생산되는 돌만 사용한다. 집 근처에 남한강이 흐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주 남한강 돌이 단단하고 결이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연히 남한강변을 거닐다 '좋은 녀석'을 발견했는데, 그 이후로 "수백 수천 년을 부딪쳐 깎이고 닳아 둥글둥글해 진 강돌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귀띔했다. 이씨는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데 둥글고 찰진 강돌이 적격"이라고 했다.

하지만 강돌은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한 달에 한 두 번 강변으로 나가는데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 한 두 개의 돌만 발견하면 운이 좋은 날이라고 했다. 강돌은 대개 푸석하고 크기가 작아 조각에 쓰기 힘든데, 강물의 흐름을 견뎌낸 극소수의 큰 강돌은 화강암보다 단단하고 결도 좋다고 했다. 이런 강돌은 단단해 화강암으로 조각할 때보다 2, 3배 더 힘이 든다.

"기계가 아닌 정과 망치를 이용한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최소 20일에서 한 달이 넘게 걸리지만 완성 뒤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씨는 본래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으나 석조각의 거장 강관욱 선생과 전래진 선생을 만나면서 석조로 전향, 30년째 '돌과의 동침'을 해오고 있다.

'이제야 비로소 작품활동의 첫 발을 내디뎠다'는 그의 목표는 내년 이맘때 '남한강 강돌 조각전'을 여는 것. 지난 3년여 동안 15개의 강돌 작품을 완성해 내년이면 20여 개의 작품을 일반에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이씨는 "자연과 우리네 사는 이야기들을 흔히 볼 수 있는 강돌을 통해 사람들에게 부담 없이 편하게 들려주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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