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해외 비공식 대변인이라는 '김명철'은 최근 김정은 후계 결정에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이 모두'벙어리'가 됐다고 주장했다.홍콩 언론에 쓴 글에서 그는 북한노동당이 전설적인 수령 김일성에 버금가는 영도력을 지닌 김정은을 후계로 선출한 것은 북한 인민에 다시 없는 축복과 행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무슨 소린가 싶다. 김명철에 따르면, 한국 등 외부세계의 침묵은 북한의 권력 승계를 터무니없이 예측하고 이해한 잘못을 깨달은 때문이다. 단순히 3대 세습이 아니라 위대한 정치가로의 권력 승계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결과라는 주장이다.
■ 황당하지만 그의 주장, 곧 북한의 3대 세습 정당화 논리는 이렇다. 북한 인민은 어느 국민 못지않게 지도자의 자질을 정확히 가늠할 수 있고, 가장 뛰어난 인물을 후계자로 선택했다. 세계 최강국과 반세기 넘게 사실상 전쟁 상태인 북한 인민과 노동당과 인민군은 결코 맹목적으로 세습을 택한 게 아니다. 미국의 가혹한 제재와 영구분단 시도에 직면한 상황에서, 리더십 단절 없이 김 위원장 재임 중에 올바른 후계자를 찾아냈다. 5,000년 역사와 문화 유산이 대를 이어 위대한 영웅을 보내준 것이다.
■ 이런 논리는 김정일의 부자 세습을 정당화한 후계자론의 판박이다. 그에 따르면, 수령의 후계자는 수령에 대한 무한한 충실성과 뛰어난 예지, 세련된 영도력, 고매한 덕성, 빛나는 업적과 높은 권위를 지닌 인물 본위로 뽑아야 한다. 언뜻 세습에 반대, 객관적 자질 검증을 강조하는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훌륭한 인물이 수령과 혈연관계라고 주저하거나 세습이라고 악평하는 것은 '비이성적이고 반역사적'이라고 규정한다. 또 수령이 살아 있을 때 새로운 세대의 후계자를 뽑아야 리더십 단절과 잦은 권력 교체를 피할 수 있다는 논리를 동원했다.
■ 이런 3대 세습 정당화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으로는 이해할 만한 구석도 있다. 어찌됐든 저들로서는 가장 무난한 선택일 수 있다. "북한 인민은 또 다른 김일성, 또 다른 김정일을 가진 것에 스스로 감탄한다."는 김명철의 주장도 그럴 듯하다. 다만, 외부에서 어떤 이유로든 입 다물고 있으면 "남조선 벙어리들"이라고 더 기고만장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렇다고 "3대 세습에 개인적으론 반대"라는 김정남의 말에 솔깃해 파워 게임 따위를 거론하는 것은 유치하다. 김명철은 "김 위원장도 애초 반대했으나 인민과 군과 당이 이겼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늘 잘 보고 상대해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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