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내내 언론은 노벨상 소식을 전했다. 특히 일본이 노벨화학상 수상자 2명을 배출하자 부러움과 탄식의 목소리를 전하기 바빴다. 매년 가을이면 노벨상을 남의 집 잔치 구경하듯 해야 하니 허탈하다. 일본이 15명의 자연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동안 우리는 뭐했냐는 자조가 나올 만하다.
15명 수상한 일본의 오랜 노력
일본이 2000년대 들어 11년 동안 7차례에 걸쳐 15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은 오래 축적한 기초과학 역량에 힘입은 것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 문물을 적극 받아들여 기초과학연구 역사가 100년을 넘어섰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1970년대까지 산업화에 시급한 연구개발 과제에 치중했으며, 기초과학연구 지원을 본격화한 것은 1989년 기초과학연구진흥법 제정 이후이므로 그 역사가 20~30년에 불과하다.
우리는 장기적 투자와 지식 축적이 필요한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기관 설립과 과학자 배출도 선진국에 비해 많이 늦었다. 일본은 최고 인재를 육성하는 도쿄(東京)대를 1877년에 설립했고, 기초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RIKEN)를 1917년에 만들었다. 반면 서울대는 1946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출연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966년에야 설립됐다.
이러한 기본적 차이를 꼼꼼히 보지 않고 결과만 비교하는 것은 단순한 시각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지금까지의 실적이 아니라, 일본이 지금도 기초과학분야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7위에 해당하는 노벨과학상 수상 실적과 성과를 창출하고서도 향후 기초과학 역량이 다른 국가에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꾸준히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2008년 문부과학성에 기초과학 관련 범정부 종합조정 조직인 기초과학력강화추진본부를 설치하고, 2009년 8월에는 기초과학 역랑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기초과학력강화종합전략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2008년 기준으로 기초연구 분야의 총투자액도 우리의 4배 수준인 2조4,000억 엔에 달한다. 대학원 교육 및 초ㆍ중등 수리교육을 강화하고 연구환경을 정비하고 연구시스템을 개선, 보다 창조적인 연구 풍토를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일본의 노벨과학상 수상을 부러워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선진국과의 기초과학 역량의 격차를 인식하고, 이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기초과학연구를 중점 수행하는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이 포함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조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회부터 국가적 중요성 인식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제자리 걸음을 거듭한 지난 2년 여 동안, 많은 과학계 인사들과 현장 연구진들이 사업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언론을 통해 역설했다. 그런데도 그저 과학계의 작은 바람 정도로만 여기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국회는 더 이상 입지 문제로 과학벨트특별법 제정을 지연시키지 않기 바란다. 이 사업은 과학계의 현안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미래가 걸린 국가적 사안이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 시즌에만 들끓는 기초과학 강화론과 투자확대론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국가 성장의 기초를 다지는 일을 장기적 안목과 시각으로 보고 차곡차곡 지식을 쌓아 나가길 바란다. 미래의 결과를 지켜보는 여유를 가질 때, 우리의 노벨상 수상도 가까워질 것이다.
강현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KISTEP)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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