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해(선동열)와 달(김경문) 중 하나는 ‘진다’.
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한 점차 명승부를 벌였던 삼성과 두산이 13일 대구 구장에서 열리는 5차전에서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최종 승자를 가린다. 역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가 모두 5차전의 대혈투로 이어진 경우는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 11일 4차전 직후 두산 김경문 감독과 삼성 선동열 감독이 예고한대로 양팀은 각각 켈빈 히메네스와 차우찬을 선발로 예고했다.
‘방장’ 김경문과 ‘방졸’ 선동열의 마지막 승부
김경문 감독과 선동열 감독은 고려대 3년 선후배로 대학 시절 룸메이트를 지낸 막역한 사이다. 사령탑 지휘봉은 김경문 감독이 선 감독보다 1년 빠른 지난 2004년 잡았다. 김 감독은 첫 해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지만 2005년에는 ‘초보 사령탑’ 선 감독과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어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4연패로 무너졌다.
그러나 김 감독은 2008년 플레이오프에서 3차전까지 1승2패로 몰리고도 내리 3연승을 거둬 설욕을 했다. 이번 플레이오프 5차전이 최종 승자를 가리는 ‘마지막 승부’가 되는 셈이다.
두산 특유의 뚝심으로 ‘징크스’ 극복할까
김경문 감독은 지난 해까지 7년간 6차례나 팀을 가을잔치에 올려 놓는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러나 한번도 2차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두산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후 사상 처음으로 3연승을 거뒀지만 이제까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연속으로 뒤집기에 성공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불길한 3번째 징크스는 플레이오프 1, 4차전 패배다. 그동안 5차전 최종 승부로 벌어진 8차례 플레이오프에서 1, 4차전을 이긴 팀은 4번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보긴 어렵다. 1차전 승리는 기선 제압, 4차전 승리는 벼랑 끝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놓는 엄청난 심리적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5차전은 삼성의 안방인 대구에서 열린다. 두산도 준플레이오프 5차전 승리를 홈인 잠실구장에서 거뒀다.
선취점과 초반 분위기가 최대 변수
양팀 선발의 구위를 고려할 때 초반부터 난타전으로 흐를 가능성은 적다. 그렇기 때문에 선취점의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시리즈가 대부분 후반에 승부가 갈렸지만 그래도 선취점을 뽑은 팀의 승률이 높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5번 중 4번, 플레이오프에서는 4번 중 3번이 먼저 점수를 뽑은 팀이 승리를 안았다. 특히 양팀 선수단 모두 심리적으로 최종전에 임하는 중압감이 커 경기 초반 흐름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준플레이오프에서 2패 후 2연승으로 기세를 한껏 올린 두산이 5차전에서도 2회 2점, 3회 5점을 내며 사실상 승리를 굳혔다.
이승택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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