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빈소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성환 외교통상부 신임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치인을 비롯해 사회 저명인사 500여명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날까지 빈소에는 3,000여명의 조문객이 다녀갔다.
명예장례위원장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빈소에 들러 "황 선생과 한 달에 한 번 우리집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며 "탈북 후 부인과 아들, 딸이 모두 죽어 가족이 하나도 없으니 얼마나 외로웠겠느냐. 나와 만나는 것을 큰 위로로 삼았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이어 그는 "황 선생이 하루에 식사를 한 끼만 해 몸무게가 40㎏밖에 안됐다. 그래서 돌아가신 것 같다"고 애석해했다.
맹 장관은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유족을 위로하면서 "생전이나 돌아가신 후나 국가가 고인을 지켜드리고 영면하시도록 도와드리는 게 도리라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황 전 비서의 현충원 안장이 결정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족과 장례위원회는 '고향에 묻히고 싶다'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남북이 통일될 때까지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왔다. 오후 늦게 빈소를 찾은 이정국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협의회 전 대표는 "북한에 친누나가 살고 있다"며 "평소 황 선생이 남북관계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점 등을 존경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11시부터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입관식은 상주인 수양딸 김숙향(68)씨와 장례위원회 관계자 20여명이 오열하는 가운데 엄숙하게 치러졌다. 고인은 안동삼베로 만든 수의를 입었고 오동나무 관에 안치됐다. 김씨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황 전 비서의 양 어깨를 주무르고 볼에 손바닥을 갖다 대며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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