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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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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한글

입력
2010.10.1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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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데리고 장도 볼 겸 산책도 할 겸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약국이 나올 때마다 아이가 “엄마, 저거 약국이야?”하고 물어보는 것이다. 아이가 다른 가게랑 약국을 어떻게 구별할까 곰곰 따져봤다. 유리창문 너머로 약병과 상자들이 쌓여 있고 흰 가운 입은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서 있는 공통적인 분위기 때문이겠지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집에 돌아와 자석이 붙어 있는 플라스틱 글자블록으로 ‘약’자를 만들어 냉장고 옆면에 붙여 놓고 아이에게 “이게 뭘까?” 하고 물었다. 한참을 빤히 쳐다보던 아이가 엄마와 눈을 마주치며 자신 있게 말했다. “약국!” 세상에. “우와!”하고 신기해 하는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 보며 아이는 스스로도 뿌듯한지 보너스로 막춤까지 선보였다.

아이가 요즘 들어 유난히 글자에 관심을 보인다. 이론적으로는 만 2세가 지나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직접 가르쳐보겠다고 글자블록도 사고 글자 따라 쓰는 책도 사고 거실 벽에 가나다라 브로마이드도 붙여놨다. 교구는 넘쳐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르치는 게 좋을지 초보 엄마로선 솔직히 난감할 따름이다. ㄱ ㄴ ㄷ ㄹ ㅏ ㅑ ㅓ ㅕ처럼 자음과 모음부터 알려줄지, 가나다라 같은 음절 먼저 가르칠지, 아예 가방 나비 다리미 같은 낱말부터 배우게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인지 헷갈린다.

유아교육전문기업 베네세코리아는 낱말 단위의 글자를 그림과 대응시켜 가며 구분하는 놀이가 한글학습 첫 단계로 적합하다고 조언한다. 앞면엔 사물 그림, 뒷면엔 그 사물의 이름을 쓴 카드를 활용하면 좋다. 두 번째 단계는 같은 글자가 같은 소리를 낸다는 걸 익힐 수 있는 놀이가 필요하다. 같은 낱말을 다른 색으로 쓴 카드를 여러 장 만들어 같은 글자끼리 모으게 하는 식이다.

숫자나 영어보다 한글 가르치기가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초성과 중성 종성이 조합돼 글자 하나가 만들어지는 한글 특유의 복잡한 구조 때문일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영어권 아이들보다 공간개념에 일찍 눈을 뜬다고도 말한다. 알파벳을 가로로 단순히 나열하는 영어와 달리 한글에선 자음과 모음의 공간적 배치가 중요하다. ‘약’이라는 글자를 만들 때도 왼쪽에 ㅇ, 오른쪽에 ㅑ를 놓고 그 아래 ㄱ을 놓는 식이다.

단어에서도 우리말은 영어보다 공간개념이 세분화돼 있다. 한글에선 공간개념을 동사로 다양하게 표현하지만 영어는 전치사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단순하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도 이미 탁자에 블록 장난감을 ‘놓는’ 것과 블록 위에 블록을 ‘끼우는’ 걸 구분해서 말할 줄 안다. 영어를 쓰는 아이들에겐 둘 다 ‘put on’인데 말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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